하이퍼스케일러의 채권 발행이 2026년 2500억달러(약 336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장기 미 국채 수요와 금리에 미칠 영향이 논쟁이 되고 있다. 다만 발행 규모와 집계 범위가 자료마다 달라 회사채 발행이 국채 금리 상승을 직접 유발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JP모건자산운용은 2025년 하이퍼스케일러의 채권 발행액을 1210억달러(약 162조7000억원)로 집계하고, 2026년에는 2500억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현금흐름만으로 자본지출을 충당하기 어려워져 채권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JP모건자산운용은 하이퍼스케일러의 2026년 자본지출 규모가 8000억달러(약 1076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회사채로 조달하면 장기물 투자자금을 놓고 미 국채와 경쟁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발행액은 기준일과 대상 기업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로이터는 아마존($AMZN), 알파벳, 메타($META), 오라클이 2026년 7월 7일까지 발행한 채권이 약 1940억달러(약 260조9000억원)라고 보도했으며, 이는 2025년 전체 발행액 1080억달러(약 145조3000억원)보다 79% 늘어난 규모다.
골드만삭스는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5개 하이퍼스케일러의 2026년 발행액을 약 2500억달러, 2027년 발행액을 4000억달러(약 538조원)로 추정했다. 일부 집계에는 특수목적법인이나 대차대조표 밖 조달, 유로화 발행 등이 포함될 수 있어 수치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차입 비용도 높아졌다. 아마존·알파벳·메타·오라클의 2~4년물 중간 스프레드는 2025년 30bp에서 2026년 40bp로, 5~7년물은 50bp에서 60bp로 확대됐다. 만기 20년 초과 채권의 스프레드도 108.5bp에서 118bp로 올랐다.
투자자 수요가 약해졌다는 신호도 나타났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는 하이퍼스케일러 채권 발행의 커버 비율이 2월 약 5배에서 7월 2배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커버 비율은 채권 발행액 대비 투자자 주문액으로, 비율이 낮아지면 발행 기업이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이 같은 흐름은 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와 장기 미 국채가 같은 투자자 자금을 두고 경쟁할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장기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이 한꺼번에 늘면 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장기물 전반의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채 수요가 전반적으로 무너졌다는 판단은 아직 이르다. BNY는 8월 28일 보고서에서 하이퍼스케일러의 장기 투자등급 채권 발행이 장기 미 국채의 한계 수요를 ‘다소’ 약화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지만, 20년물과 30년물 국채 입찰의 수요 지표는 역사적 범위 안에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중앙은행도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투자자 자금을 분산시킬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유로화 회사채 시장에서는 첫 발행 물결까지 뚜렷한 구축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발행이 더 늘어날 경우 하이퍼스케일러와 다른 기업, 국채 발행자 모두 더 높은 금리를 요구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MSCI는 반대 방향의 제한 요인을 제시했다. AI 관련 회사채가 미 국채와 직접 경쟁하는 정도는 약해지고 있으며, 회사채 스프레드와 신용부도스와프 비용이 상승하면 하이퍼스케일러의 추가 차입 자체가 제약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MSCI는 2026년 9월 3일 분석에서 AI 관련 회사채 발행 규모가 충분히 커지면 국채를 포함한 장기 채권 전반의 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논쟁의 핵심은 AI 부채가 미 국채 금리를 단독으로 올리는지보다,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인플레이션 기대, 장기물 수요가 이미 작용하는 시장에 추가 부담을 더하는지에 있다.
이 논의는 앞서 전해진 AI 회사채 발행 확대 흐름과도 이어진다. 당시에도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가 대형 기술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를 키우는 배경으로 지목됐으며, 이번에는 그 자금 조달이 장기 채권시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미국 회사채와 국채의 수급 변화는 간접적인 변수다. 장기 금리와 달러 자금 흐름이 변하면 위험자산 선호와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번 자료만으로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의 가격 방향을 직접 연결할 수는 없다.
JP모건자산운용이 앞서 제시한 분산 투자 관점에서도 AI 테마와 상관이 낮은 국채와 금 등을 함께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향후 판단은 발행 규모 자체보다 기준일과 포함 범위를 맞춘 집계, 장기 국채 입찰 수요, 회사채 스프레드 변화를 함께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