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대응기금의 내년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 가운데 기준 시나리오로 약 25조원이 국고채 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순매수 규모는 자금 유입 시점과 자산배분 방식에 따라 10조~47조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7일 보고서에서 "실제 국고채 순매수는 자금 유입 시점과 자산배분을 고려할 때 10조~47조원, 기준 시나리오 약 25조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국고채 총발행량 222조8000억원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로, 입찰 부담을 일부 완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미래대응기금의 연평균 운용잔액이 73조1000억원에 이르고, 국고채 편입률은 35%에 달할 것으로 기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다만 내년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은 명목 기준 수치로, 세입이 연중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구조상 실제 평균 운용잔액은 이보다 작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대응기금은 초과세수와 추가세수를 재원으로 삼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에 쓰도록 설계된 재정 운용 장치다. 내년 기금 재원은 162조3000억원, 사업 지출은 45조4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2027년부터 최근 10년간 내국세 연평균 증가율을 넘는 추가 세수도 기금에 우선 적립하도록 했다.
변수는 아직 남아 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의 자산배분 목표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국고채 대신 은행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통화안정증권, 특수채,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 등으로 자금이 분산될 경우 국고채 직접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앞서 KB증권 리서치센터도 미래대응기금의 실질 여유재원 96조9000억원 가운데 최대 절반가량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며 단기물에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자금 성격상 만기가 짧은 구간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시각은 증권가에서 겹치는 대목이다.
KB증권은 다른 공공기금의 국내 채권 배분 관행을 근거로 들었다. 연기금투자풀은 머니마켓펀드 비중이 43.4%로 높지만 이를 제외하면 산재보험기금과 주택도시기금,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의 국내 채권 비중은 최대 50%에 달한다는 것이다. 미래대응기금 역시 해외보다 국내 자산에 배분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이런 분석의 배경이다.
김 연구원은 미래대응기금이 재정안정화 자금인 만큼 수익률보다 원금 안정성과 유동성이 중요해 2~3년 국고채와 통안채 등 단기 안전자산을 중심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5년물에 대해서는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가장 현실적인 '상대가치 수혜' 구간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2~3년물보다 캐리가 높고 20년 이상 장기물보다 금리 변동 위험이 작아, 기금이 중기 자산배분에 나설 경우 편입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27년 발행물량이 5년물 중심으로 재배분된다면 공급 증가분을 흡수하는 역할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캐리와 듀레이션의 균형 측면에서 5년물이 가장 유리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내년 국고채 총발행량 222조8000억원은 채권시장이 한때 예상했던 수준보다 늘어난 규모다. 정부가 초과세수를 국채 상환보다 미래대응기금 적립에 우선 배정하면서 국고채 발행 축소 기대가 낮아진 흐름이 이어져왔고, 이번 iM증권 분석은 그 연장선에서 미래대응기금 자체가 만들어낼 수요 측 변수를 짚은 셈이다.
채권시장에서 미래대응기금발 수급 변수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씨티는 앞서 초과 세수의 활용처로 2차 추가경정예산과 미래대응기금 편입을 함께 거론하며, 반도체 주도 법인세 수입을 근거로 약 25조원의 2차 추경 여력이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이후 정부가 초과세수 대부분을 미래대응기금에 우선 적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면서, 논의의 초점은 추경 여부보다 기금 자체가 만들어낼 채권 수요로 옮겨갔다.
같은 예산안을 두고 다른 각도의 평가도 나왔다. 하나증권은 국고채 순발행이 2026년 109조4000억원에서 2027년 96조3000억원으로 13조1000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0.4% 수준 줄어들지만 총지출 확대와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식이 성장률과 재정 리스크 프리미엄을 함께 자극할 수 있어 순발행 감소가 곧바로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수급 개선과 금리 방향이 반드시 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증권가는 기금의 구체적인 운용 개시 시점과 자산배분 지침이 확정돼야 실제 매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고채 편입 비중, 만기 구성, 위탁운용 여부 등이 정해지는 시점에 따라 시장이 체감하는 수급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대응기금의 자산배분 계획과 2027년 예산안 국회 심사 결과에 따라 국고채 만기별 수급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 예산안은 정기국회 심사를 거쳐 확정되며, 정부는 이 과정에서 기금의 구체적인 운용 지침도 함께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