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USD코인(USDC)’ 발행사로 잘 알려진 서클(Circle)이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서클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이번 공모를 통해 최대 6억 2,400만 달러(약 8989억 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모가는 주당 24~26달러로 제시됐으며, 최종 가격과 공모 규모는 시장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IPO를 통해 서클과 기존 주주들은 최대 2,760만 주를 매각할 예정이다. 기본 공모 물량은 2,400만 주이며, 인수 주관사들이 초과 배정을 선택할 경우 물량은 증가할 수 있다. 서클은 상장 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CRCL'이라는 티커로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서클은 2021년 스팩(SPAC) 합병을 통해 상장하려 했으나, 해당 계획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독자 노선을 택한 서클은 최근 몇 년간 암호화폐 산업 내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왔다. 회사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C는 미 달러화 또는 미국 국채 등 달러화 기반 자산을 담보로 하는 암호화폐로, 한화 가치가 고정되는 특징 덕분에 다양한 디지털 결제 및 디파이(탈중앙금융) 생태계에서 활발히 활용돼 왔다.
공시에 따르면, 서클은 2024년 한 해 동안 총 16억 8,000만 달러(약 2조 4,192억 원)의 매출 및 준비금 수익을 올렸으며, 전년도 14억 5,000만 달러에서 증가한 수치다. 반면, 순이익은 1억 5,570만 달러(약 2,243억 원)로 전년(2억 6,750만 달러) 대비 감소했다. 업계에선 준비금 수완은 긍정적이지만 수익성 하락은 일부 투자자들의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함께 나온다.
서클이 이번에 IPO를 단행하는 시점은 급격히 변동하는 미국 IPO 시장 내에서 고도의 전략이 요구되는 시기다. 최근 상장한 이토로(ETOR)와 같은 플랫폼 기업은 공모가를 상회하며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지만, 엔비디아(NVDA)가 투자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코어위브(CoreWeave)는 기업 가치 산정에서 하향 조정을 겪는 등 엇갈린 평가 속에서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한편, ‘선구매 후지불(Buy Now, Pay Later)’ 기반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의 연초 상장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확대 발표 이후 일시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확실성이 커진 증시에 민감한 기업들이 IPO 시기를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암호화폐 생태계를 대표하는 인프라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서클의 상장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성과 규제 리스크를 함께 따져보는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