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규제가 AI, 스테이블코인, 슈퍼컴퓨팅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맞물려 글로벌 기술 전쟁의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이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와중에도 정확한 법적 분류 기준이 모호한 탓에 제도권 금융과의 접점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제부터의 경쟁은 기술력만이 아닌, 글로벌 시스템 내 합법성과 확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얼마나 신속하고 명확하게 구축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최근 방영된 ‘더큐브 팟(theCUBE Pod)’에서 존 퓨리어(John Furrier)와 데이브 벨란테(Dave Vellante)는 규제 공백이 크립토 시장의 가장 큰 성장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의 디지털 주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스테이블코인의 투자가 여전히 구시대적 회계 기준에 갇혀 있으며, 이에 기반한 실물 기반 자산이 수조 원대 수익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투자자는 강력한 제도적 안전망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벨란테는 최근 펀드스트랫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톰 리(Tom Lee)와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그의 펀드는 연간 1억 달러(약 1,440억 원)에 달하는 현금 수익을 기록 중인데, CNBC처럼 피상적인 분석이 아니라 실질적 투자 가치가 강조돼야 한다"고 평했다.
IPO 시장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디지털 자산 규제의 불확실성이 상장을 원하는 여러 크립토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목소리를 높인 퓨리어는 "KYC, 거버넌스, 가이드라인이 확립되면 시장은 본격적으로 가속할 것"이라며 "지금껏 유지된 낡은 규제 시스템은 크립토의 급부상에 의해 근본부터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던 이 두 전문가는 AI가 헬스테크와 메드테크 분야에서도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퓨리어는 "의료기기 기업이 AI와 엣지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규제 장벽을 우회하고 시장 출시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규제가 산업 혁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로 풀이된다.
이번 대화의 핵심은 미국의 기술과 경제 주권 확보를 위해 반드시 디지털 금융과 AI 분야에서 현행 법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정비해야 한다는 데 있다. 퓨리어는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실리콘밸리 인사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의 규제 정책 수립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며, "법률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술 혁신은 결국 외국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비단 암호화폐나 AI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미국 반도체 업계의 패권 재건을 둘러싼 논쟁과 세계 경제 재편 흐름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다. 인텔이 고전하는 사이 엔비디아(NVDA)와 AMD(AMD)가 급부상하고 있는 지금, 미국 정부는 제조부터 통화 구조 개혁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리더십을 확립해야 한다고 퓨리어와 벨란테는 덧붙였다.
결국 주요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들이 IPO 또는 스팩(SPAC)을 통해 상장에 나서고 있는 근본 배경엔 정책 공백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 철폐가 아니라 ‘정밀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퓨리어는 "기술 르네상스가 본격화되면 국경 없는 통신과 상거래,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할 디지털 주권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미국이 글로벌 경제에서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핵심 경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