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모델인 챗GPT(ChatGPT)가 암호화폐 시장 분석 도구로 점점 더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트레이딩 데스크, 펀드, 리서치 기관 등에서는 챗GPT 같은 대형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대량의 뉴스 헤드라인을 요약하고 온체인 데이터와 커뮤니티 여론을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과열 국면에서는 여전히 반복되는 질문이 나온다. ‘챗GPT는 다음 폭락장을 예측할 수 있을까?’
2025년 10월 발생한 대규모 청산 사태는 하나의 실전 테스트였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 발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하루 만에 190억 달러(약 25조 6,500억 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다. 비트코인(BTC)은 12만 6,000달러에서 10만 4,000달러로 급락하며 하루 기준 최대 하락폭 중 하나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의 공포지수인 VIX는 상대적으로 안정됐지만, 비트코인 옵션의 내재변동성은 크게 치솟아 이후에도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이처럼 거시경제 충격, 구조적 레버리지 과잉, 시장 참여자들의 패닉이 뒤섞이며 챗GPT의 분석 기능이 진가를 발휘하는 국면이 만들어진다. 모델이 정확한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여러 조기 신호를 구성해 하나의 위기 경보 체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25년 10월 위기에서 확인된 핵심 징후는 뚜렷했다. 우선 주요 거래소의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펀딩비가 음수로 전환되며 롱 포지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한과 관세 조치 같은 외부 충격이 파고를 키웠다. 비트코인의 내재변동성은 상승하는 반면,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하락하며 양 시장 간 괴리를 심화시켰다. 커뮤니티 분위기도 급변했다. ‘Uptober’를 외치던 투자자들은 불과 이틀 만에 ‘청산 시즌’을 경고하기 시작했고, 탐욕·공포 지수는 ‘탐욕’에서 ‘극단적 공포’로 곤두박질쳤다. 청산 연쇄 작용 속에 유동성까지 빠르게 사라지며 매도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이러한 징후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핵심은 각 요소를 통합적으로 해석하고, 영향력을 실시간으로 평가하는 데 있다. 이 작업은 챗GPT 같은 언어모델이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챗GPT가 할 수 있는 일은 명확하다. 시장 심리와 내러티브 흐름을 요약하고, ‘청산’, ‘변동성’, ‘규제’ 같은 위기 단어의 등장 빈도 변화를 수치화할 수 있다. 수천 건의 뉴스와 커뮤니티 포스트를 분석해, 낙관 분위기로부터 공포 전환이 일어나는 시점을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데이터에 기반한 보조 지표일 뿐, 궁극적인 판단과 실행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AI 도구는 올바른 워크플로우와 결합될 때 강력한 리스크 감지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온체인 지표, 파생상품 데이터, 커뮤니티 정서를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그 변화를 언어모델이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챗GPT는 경고음을 낼 수는 있어도, 언제 ‘붕괴음’이 울릴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