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웹3블록체인협회(Korea Web3 Blockchain Association KWBA, 회장 조원희)가 산업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협회는 21일 서울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다시, 블록체인: 신뢰를 설계하다” 세미나에서 블록체인을 “투기의 수단이 아닌 사회적 신뢰 인프라”로 재정립하겠다는 매니페스토를 공개하고,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산업의 미래를 논의했다. 행사장은 100여 명의 업계 관계자와 학생, 전·현직 공무원들로 가득 찼고, 열띤 토론과 응원으로 분위기가 이어졌다.
조원희 한국웹3블록체인협회장(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법과 제도는 이제 기초 틀이 마련됐지만, 대중의 신뢰가 무너지면 산업은 다시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며 “청년과 스타트업이 중심이 되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한국 블록체인의 불씨를 되살리자”고 강조했다.
윤석빈 트러스트커넥터 대표(협회 부회장)는 ‘AI 시대의 블록체인’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AI 시대의 주인공은 데이터지만, 그 데이터의 신뢰를 보증할 수 있는 기술은 블록체인뿐”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NFT, DeFi,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응용 사례가 이미 등장했다”며 “한국도 실리콘밸리의 ‘페이팔 마피아’처럼 글로벌 혁신을 이끌 인재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성준 동국대 교수(블록체인연구센터장)는 “토큰 없는 블록체인은 블록체인이 아니다”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디지털 자산, 왜 중요한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그는 “블록체인은 단순한 분산 원장이 아니라 데이터를 디지털 자산(Post Data)으로 전환하는 컴퓨터”라며,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이 산업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청년 창업 지원의 한계를 꼬집으며, 블록체인 전용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인 'BIPS(Blockchain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s)' 도입을 공식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임주영 안랩블록체인컴퍼니 총괄(협회 이사)은 ‘블록체인 기술의 진화와 전망’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과제를 짚었다. 그는 “블록체인의 효과는 공급망 관리, 금융 결제 등에서 입증됐지만, 사회적 합의 없이는 적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 지갑 인프라를 차세대 핵심으로 꼽으며, “멀티체인 지원, 보안, KYC·AML 규제 대응을 통합한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례로 안랩의 ABC 월렛과 카카오 클립 지갑을 소개하면서, “사용자 경험과 규제 대응을 동시에 충족하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의 하이라이트는 협회의 공식 매니페스토 선포였다. ‘디지털 신뢰의 미래를 개척하다’라는 제목의 매니페스토는 ▲개인의 디지털 자기결정권 보장 ▲공정한 소유자 경제 ▲AI·Web3 융합 ▲청년 창업 및 스타트업 지원 확대를 4대 기둥으로 제시했다.
이번 매니페스토 초안은 협회 이사인 김태림 변호사와 티모시 신(Timothy Shin) 미국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마련했으며, 이후 협회 집행부의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 과정을 거쳤다. 두 변호사는 “블록체인 산업이 단순한 기술 담론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신뢰 위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협회의 철학적 지향을 선언문에 녹였다.아울러 이번 선언을 시작으로, 협회는 향후 ‘선언문 검토·발전 위원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내용을 보완·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조원희 회장은 “이제는 투기의 그림자가 아닌, 신뢰의 기반으로 블록체인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산업의 불씨를 되살려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자는 선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발표가 끝나자 현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일부 청중은 “협회의 메시지가 블록체인 업계의 방향을 정리해줬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미나 후반부에는 문경미 더컴퍼니즈 대표(협회 홍보이사)의 진행으로 질의응답 세션이 열렸다. 토론은 예상보다 뜨겁게 이어졌고, 주제도 다양했다.
첫 번째 화두는 정부와 공공 부문 협력이었다. 전직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블록체인을 단순한 원장 관리 기술로만 이해해 여러 사업이 실패했다”며 “민간과 정부가 함께 논의하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성준 교수는 “정책 의지가 산업 발전의 성패를 가른다”며 “최근 공공 부문에서도 블록체인을 디지털 자산의 틀로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답했다.
두 번째는 투자 환경이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국내 VC들은 블록체인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 심사조차 진행하지 않는다”며 현실의 벽을 토로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결국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다음 달 한국벤처캐피탈협와의 공동 세미나를 통해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10월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올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표준화 기구에 참여 중인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표준화 작업이 연말 발표될 예정”이라며 협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이번 세미나는 블록체인을 투기적 수단이 아닌 사회적 신뢰 인프라로 되돌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매니페스토 발표와 치열한 토론을 통해, 산업의 불씨를 다시 살려 글로벌 경쟁력으로 확장하자는 목소리가 모였다.협회는 매달 세미나를 통해 블록체인은 물론 웹3 시대에 필요한 다양한 시각을 탐색하는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