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기부를 쉽고 재밌게, 또 지속적으로 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그게 체리를 만들게 된 첫 고민입니다"
국내 최초 블록체인 기부 플랫폼을 만든 체리가 지난달 25일 걸으면 기부가 되는 '체리월드' 앱를 런칭한 이수정 이포넷·체리 대표는 이 같이 전했다.
지난 22일 이포넷 본사에서 진행된 토큰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수정 대표는 "걸으면서 기부하고, 모은 GEM으로 다양한 상품을 살 수 있는 앱인 '체리월드'를 런칭하며 쉽고 재미있게 기부할 수 있는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굳이 어디 가지 않아도 키오스크에서 음식을 주문하면서 기부하는 등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녹아 들어가는 기부가 이뤄지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체리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발간하는 기술보고서 ISO/TR(TECHNICAL REPORT, 이하 TR) 3242에 국내 최초 블록체인 기반 기부플랫폼 '체리'가 대표 적용 사례로 수록되는 등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기부 문화를 이끌고 있는 독보적인 기업이다.
블록체인 사업이 어렵지 않냔 질문에 이수정 대표는 "어렵죠.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장점도 명확하다"면서 "그 덕분에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우리 사례가 대표로 소개된 거 아니겠냐"고 물었다.
업력 27년의 역사를 가진 이포넷의 자회사로 지난해 말 분사한 '체리'는 기부 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사업화 모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미국, 영국 등 기부 문화가 보편화 된 나라들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엔 ISO 측이 적극 추천해 유럽연합(EU)의 '정보통신기술(ICT) 블록체인 표준화 라운드테이블'에 초청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여러 국제 기술 표준화 전문가를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대표 우수 사례로 소개되며 국내 기술의 위상을 높였다.
체리 개발 운영사인 이포넷의 이수정 대표는 "체리의 ISO 등재는 블록체인 기술로 투명성을 높여 기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침체된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공익적 플랫폼으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기부플랫폼 '체리'는 2019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원하는 국민 프로젝트로 출발, 현재 누적 기부금 87억원을 초과 달성한 상태다. 300곳이 넘는 기부 단체가 1400여개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체리는 최근 기부 플랫폼에서 소셜 임팩트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이같은 선언과 이포넷에서의 분사도 진행됐다.
업력 25년인 이포넷에서 체리를 분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엔 "체리가 이포넷 안의 한 부서로 운영되면 스타트업이 가진 공격성과 진취력이 부족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이포넷은 놀랍게도 이 대표가 방 안에서 홀로 창업한 기업이다. 컴퓨터 한 대로 이전 회사인 BC카드의 5000만원 계약을 따내며 일을 시작하게 된 것.
육아와 1인 창업을 동시에 하며 어려움도 많았다는 그. 어느새 이포넷은 나라장터가 만들어질 시기부터 쉬지 않고 일을 이어오고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다양한 기부 단체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부를 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목표로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체리를 출시했다.
이포넷은 이같은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도 회사의 일정 부분을 어려운 이웃에게 흘려 보내는 원칙을 창업 때부터 고수하고 있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회사로 유명하다.
굿네이버스 서울남부지부는 ‘체리’ 플랫폼을 활용해 참여자들이 걷기에 참여하면 걸음 수에 따라 기업이 후원금을 기부하는 ‘굿워킹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 체리, 올 한해 '수익성 모델' 구현에 집중
분사한 체리는 올 한 해 동안 수익성 모델을 구현하는 데 목표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기부금에서 수수료를 떼는 방식은 원천 봉쇄했다. 카카오페이, 키오스크 앱, 광고 등으로 수익성을 올리는 구조다. 처음부터 기부처에 가는 기부금엔 손 대지 않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존 기부 플랫폼과 함께 사회에 끼치는 선한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체리 워크 서비스인 '체리월드' 앱 출시는 이같은 흐름의 첫 발인 셈이다.
◇ BC카드와 '기부 금융 인증서 발행' 준비..."기부로 이득을 보게끔 만들어야"
이수정 대표는 "기부하면 실제로 본인에게 이득이 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BC카드 등과 논의 중에 있는 사안으로 기부를 하면 대출 시 금리를 낮춰준다든가 하는 "기부 금융 인증서 발행"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사업에 대한 고민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걸으면서 기부하는 체리월드 앱을 홍보하기 위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도 손을 잡았다.
이수정 대표는 "전국에 있는 14개의 한화 호텔 및 리조트에서 머무는 동안 고객이 600만 보를 달성하면 한화에서 기부를 해주는 방식"이라며 "ESG 경영에 관심이 많은 기업과의 협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체리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협약을 맺고 걷기만 해도 기부가 되는 '스니커즈 데이' 캠페인을 추진해 나간다.
스니커즈 데이는 전체 목표 걸음 수 600만 보를 달성하면 기부 단체인 사단법인 야나를 통해 보육원 아동 여행을 지원해 주는 캠페인이다.
참여 방법은 체리 애플리케이션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캠페인을 선택 후 걸으면 된다. 모바일 게임처럼 실시간으로 참가자와 나의 순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간은 지난 15일부터 내일까지며 회원 및 투숙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지난달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스니커즈 데이의 경우 10일 만에 목표 걸음을 달성했으며 추후 사랑의 열매에 기부금을 전달할 예정이다"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부 캠페인을 비롯해 지역 상생, 환경 보호 등 다양한 ESG 활동을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체리월드는 이 대표의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고민이 드러나는 앱이다. 사용자가 걷는 만큼 받는 GEM에서 기부하고 싶은 비율을 직접 설정할 수도 있다.
기부하지 않는 GEM은 편의점, 카페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교환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스타벅스 커피 쿠폰, 편의점 음료 등 교환할 수 있는 쿠폰도 다양해 '짠테크'에 관심이 높은 젊은 세대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런칭을 기념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친구에게 '체리월드' 앱을 소개하면 최대 10만 GEM을 제공한다.
기자가 한 달 전에 설치한 체리웓드 어플을 확인해 보니, 30일 기준 약 5000GEM이 모였다. 이미 기부는 한 차례 하고 남은 포인트로, 커피 한 잔을 교환해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다.
블록체인 기부플랫폼 체리는 '키오스크'를 통한 기부문화 확산을 이어간다. 지난달 체리는 18일 이카드밴, 루덴스파트너스와 '키오스크 기부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마이크로트레킹 기능을 연동한 기부 키오스크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삼사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기부 키오스크는 체리 기부플랫폼의 기부 채널 중 하나로, 키오스크와 기부 단체를 매칭해 다양한 기부 캠페인 노출을 통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솔루션으로 내달 국립중앙박물관 안에 입점한 '야미당'에 첫 적용된다.
키오스크는 단독형과 임베드형 두 가지로, 단독형 키오스크는 기부 단체와 연결된 기부 전용 키오스크이며, 임베드형 키오스크는 개별 업장의 상품 주문 키오스크에 기부 기능을 더한 버전이다.
일상의 구매 활동과 기부를 연동하고 상품 구매 금액 중 일부가 기부되는 기부 상품을 추가해 운용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야미당을 시장으로 국내 수제버거 브랜드와도 계약을 마친 상태"라며 "쉽게 접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통한 쉽고 편리한 기부 문화 확산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