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노린 강도와 납치 사건이 세계 각국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프랑스에서 발생한 납치 사건이 당국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5년 들어서만도 ‘5달러 렌치 공격’으로 불리는 물리적 위협 사건이 22건이나 발생했다고 사이버 보안 전문가 제임슨 롭(Jameson Lopp)은 밝혔다. 이 용어는 단순한 공구로 암호화폐 보유자를 위협해 자금을 강탈하는 폭력적 수법을 의미한다. 특히 일부 사건은 단순 금전 손실을 넘어 피해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가장 최근 발생한 사건은 암호화폐 지갑 업체 레저(Ledger)의 공동 설립자 다비드 발랑(David Balland) 부부가 납치됐던 사례다. 발랑과 아내 아망딘은 1월 21일 자택에서 납치된 후 서로 다른 장소에 감금됐다. 파리 검찰청 라우르 베코(Laure Beccuau) 검사는 납치범들이 레저의 간부에게 연락해 거액의 암호화폐 몸값을 요구했고, 발랑의 손가락을 훼손한 사진을 발송해 압박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공개했다.
레저의 긴급 신고를 접수한 프랑스 경찰은 23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다. 그 결과 22일에는 발랑이 파리 남서쪽 샤토루에서 구조됐고, 이튿날인 23일에는 용의자 진술 및 통신기록 분석을 통해 북부 에탕프 지역에서 아만딘을 무사히 구출했다.
베코 검사는 일부 몸값이 실제로 암호화폐로 지급됐으나, 이를 추적해 즉시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 경찰은 용의자 9명과 여성을 포함한 총 10명을 체포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암호화폐 보유자 대상 폭력 사건이 증가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주요 인사와 고액 보유자를 노리는 물리적 위협이 점차 조직적 범죄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개인 보안 대책 강화와 함께 법적·제도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