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빚을 갚지 않은 채 숨겨둔 가상자산을 찾으며 자산 회수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번엔 무려 330여 명의 부실관련자 가상자산을 발견해 환수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예보는 금융사 파산이나 구조조정 과정 중 떠넘겨진 채무자의 재산을 회수하는 역할을 해 왔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암호화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인 디지털 재산 추적이 시작됐다. 법적 권한이 생기자마자 바로 조사에 착수한 결과, 여러 명의 가상자산 보유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회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예보는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와 은행들과 협력해 파산재단 명의로 실명계좌를 개설하려 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선 거래소와 은행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사범위도 확대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조각투자 토큰증권(STO) 같은 디지털자산도 대상에 올랐다. 예보는 이런 신종 디지털 자산까지 추적해 미납 재산을 최대한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예보는 외환위기와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만들어진 기금의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상환기금은 2027년, 구조조정특별계정은 내년 말 각기 역할을 마치게 된다. 이에 따라 디지털 자산까지 포함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재산을 정리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회수 실적도 나오고 있다. 예보는 지난달 카자흐스탄 부동산 일부를 매각해 약 10억 원을 회수했고, 미술품 19점 중 18점도 약 3억 원에 매각했다.
예보 관계자는 "암호화폐 등 디지털자산을 적극적으로 추적하고, 파산재단 자산 매각을 통해 남은 재산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며 "기금 마무리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