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커지면서, 그동안 부가 서비스로 여겨졌던 증시 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인 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시간 시세나 과거 거래 기록 같은 시장 정보는 이제 단순 참고자료를 넘어, 해외 기관의 분석과 알고리즘 매매에 활용되는 핵심 자산이 되면서 거래소와 대체거래소 모두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지금까지 무료로 제공해온 시장 데이터를 2027년 3월부터 유료로 전환할 계획이다. 넥스트레이드는 2026년 3월 출범 이후 데이터를 무상으로 풀어 시장 안착과 이용자 확보에 주력해왔는데, 이제는 일정 수준의 수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고 과금 체계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이미 국내외 주요 시장 정보 제공업체와 데이터 공급 계약을 맺었고, 이 가운데 해외 업체 비중은 약 3분의 1로 알려졌다. 적용 요율은 한국거래소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졌으며, 유료화가 시작되면 데이터 사업 매출이 넥스트레이드 전체 매출의 10~20%를 차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회사가 내부 회계 절차를 정비하는 것도 이런 전환에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국거래소도 해외 투자자의 수요 확대에 맞춰 데이터 사업 체계를 손보는 중이다. 올해 3월에는 과거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히스토리컬 데이터 가격을 올렸다. 히스토리컬 데이터는 일정 기간의 체결가, 거래량, 호가 같은 과거 기록을 묶어 제공하는 상품으로, 투자 전략을 검증하거나 자동매매 모델을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2017년 관련 상업 판매가 본격화된 이후 사실상 첫 가격 인상으로 보고 있으며, 인상 폭은 30~40% 수준으로 전해졌다. 실제 매출도 빠르게 늘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 부문 매출은 2024년 19억원에서 2025년 42억원으로 1년 새 121% 증가했다. 2025년 말 기준 해외 고객 비중이 94%에 달한 점을 보면, 국내 증시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수요의 중심이 사실상 해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과도 연결돼 있다. 지난해 코스피가 주요국 지수 가운데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해외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한국 시장을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 수요도 늘어난 것이다. 특히 헤지펀드나 자산운용사, 정보 제공업체들은 단순 시세보다도 대용량의 정교한 데이터를 원한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를 도입해 데이터 전달 속도와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대용량 데이터를 USB 같은 이동식 저장장치에 담아 전달하던 방식도 있었지만, 지금은 클라우드를 통해 훨씬 빠르고 일관된 제공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고객별 수요를 반영한 표준화 상품과 구독형 모델도 넓히고 있다. 매일 데이터를 받아야 하는 수요에 맞춰 시장 호가와 체결 정보처럼 용량이 큰 자료도 자동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한 점은, 데이터 사업이 일회성 판매에서 지속형 서비스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래소의 주력 분야인 실시간 데이터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콤과 협업 중인 실시간 데이터 매출은 2025년 981억원으로 2024년 945억원보다 3.8% 늘었다. 해외 고객 비중은 약 48%로, 히스토리컬 데이터보다는 낮지만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거래소는 앞으로 해외 고객 확대에 더 무게를 두고, 정보데이터마켓플레이스(KDM)를 중심으로 외국인 이용자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시에 공시 정보 기반의 새 데이터 상품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는 내년 상장 공시 시스템에 XBRL 기반 공시 정보를 도입할 계획인데, 이는 기업 공시를 기계가 읽기 쉬운 표준 형식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 실적과 재무 정보의 자동 분석이 쉬워져, 향후 또 다른 유료 데이터 상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자본시장 데이터가 단순 보조 서비스에서 독립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