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의 기업공개(IPO)가 월스트리트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암호화폐 주식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불러일으켰지만, 비트코인(BTC) 시장 전반의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시가총액 1위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펀딩비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형 기관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상장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은 상장 직후 기업가치가 약 240억 달러(약 33조 3,600억 원)로 치솟으며, 이전 코인베이스가 제안했던 40억 달러(약 5조 5,600억 원)를 크게 상회했다. 그러나 서클의 성공적 IPO와는 달리, 비트코인의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암호화폐 리서치 기업 매트릭스포트(Matrixport)는 일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관련 주식을 매수하면서 동시에 비트코인을 공매도하여 포트폴리오 위험을 헷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의 펀딩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시장의 무기력감은 한층 더 짙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주식 시장에 집중되는 사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는 수요 회복이나 뚜렷한 상승 모멘텀조차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QCP캐피털은 이번 여름을 앞두고 비트코인의 내재 변동성이 1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실제 가격 움직임을 반영하는 실현 변동성은 이보다 더 낮아 시장의 *정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도 7월까지 1개월 물 ATM 내재 변동성이 80%에서 40%로 급락하는 현상이 있었으며, 당시 비트코인은 7만 달러 저항선 돌파에 계속 실패했다.
QCP는 현재 비트코인이 의미 있는 상방 돌파를 위해서는 최소 11만 달러(약 15억 2,900만 원) 이상 또는 10만 달러(약 13억 9,000만 원) 이하로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이를 유도할 만한 매크로 촉매는 부재하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라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금값이 하락했지만, 비트코인은 이례적으로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옵션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투자자들이 7월 만기 옵션 포지션을 대거 9월로 이연하고 있어, 향후 상승 기대 시점이 뒤로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비트코인 현물 ETF 유입 추세도 둔화되고 있으며, 영구 선물의 미체결 약정(Open Interest) 역시 약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전반에 걸쳐 *피로감*이 스며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