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연구자 신분증을 들고 도서관에 침입해 희귀 러시아 문학서적을 훔친 남성이 암호화폐로 범행 대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눈길을 끌고 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지방법원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 고전문학 도서를 도난한 혐의로 조지아 국적의 미크헤일 잠타라드제에게 징역 3년 4개월을 선고했다. 잠타라드제는 2023년 5월, 빌뉴스대학교 도서관에 위조 신분증을 이용해 침입한 뒤, 푸시킨과 고골, 크릴로프, 레르몬토프 등 유명 러시아 작가의 19세기 희귀본 서적 총 17권을 훔쳤다.
그는 이 중 12권을 미리 준비한 위조본으로 바꿔치기해 직원들의 눈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과정에서 잠타라드제는 모스크바의 한 경매업자로부터 가짜 신분증과 위조 서적을 건네받았으며, 범행 뒤 벨라루스를 통해 서적을 전달하고 암호화폐로 3만 달러(약 4천100만 원)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인정해, 빌뉴스대학에 60만6천 유로(약 9억4천만 원)를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피고인은 훔친 책의 가치가 10만∼12만 유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대학 측의 손해배상 청구 전액을 받아들였다.
유럽경찰기구 유로폴은 잠타라드제를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는 고서적 절도 조직의 일원으로 보고 있다. 그는 2023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체포됐으며, 이후 프랑스로 넘겨져 별도의 재판도 받을 예정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 각국 도서관에서 러시아 문학 관련 도서가 다수 사라져 관련 범죄의 배후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170권이 도난됐고, 그 가치는 약 250만 유로(약 38억9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고전 문학 서적 절도가 러시아 측의 선전 활동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