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달러 트론 거래, 北 라자루스 연루 의혹…암호화폐 자금세탁 급증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 그룹과 연결된 것으로 의심되는 암호화폐 거래가 트론(Tron) 블록체인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온체인 분석가 자크엑스비티(ZachXBT)는 최근 X(구 트위터) 포스트에서 ‘블랙 U(Black U)’로 불리는 불법 장외시장(OTC) 네트워크가 약 70억 달러(약 9조 7,300억 원)에서 최대 139억 원(약 13조 9,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거래 네트워크는 라자루스가 바이빗, DMM 비트코인, 와지르엑스 등 주요 거래소를 해킹해 탈취한 자산을 세탁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크엑스비티는 “라자루스를 비롯한 자금세탁 조직이 사실상 규제당국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특정 프로토콜 운영팀이 이 같은 활동을 묵인하면서도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부 프로토콜에서는 50% 이상의 사용량이 도난 암호화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자크엑스비티는 암호화폐 산업 내 범죄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범죄 슈퍼사이클(Crime Supercycle)’에 진입한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밈코인을 출시하거나 스마트컨트랙트 해커들이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시장 전반의 무책임한 분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잃기 전까지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 단기적 이득을 위해 눈을 감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사이버 보안업체 세코이아(Sekoia)에 따르면 라자루스 그룹은 '클릭픽스(ClickFix)'라는 새로운 악성코드를 활용해 중앙화 금융(CeFi) 기업의 구직자를 노리는 사회공학적 공격을 벌이고 있다. 이번 공격에서는 기술직이 아닌 일반직 지원자들이 표적이 됐다. 특히 인터뷰 도중 가짜 웹캠 오류 해결을 빌미로 피해자에게 악성 파워셸(PowerShell) 명령어를 실행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들은 코인베이스와 테더 같은 유명 암호화폐 기업을 사칭해 총 184건의 위장 초대장을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양해진 해킹 수법과 광범위한 자금세탁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규제와 국제 공조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호화폐 업계가 자정 능력을 강화하지 못하면, 악성 행위자들이 계속해서 빈틈을 파고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