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을 우선 채택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금융 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은행을 중심으로 시작한 뒤, 점진적으로 비은행권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류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발행은 규제를 받고 있는 시중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금융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망’을 우선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시장 혼란이나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고려하면 초기에는 은행을 통해서만 발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한국이 향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어 은행의 역할을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정책 방향성을 반영한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자산 클래스가 도입되더라도 기존의 금융 규율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한편,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류 부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의 도입으로 자본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으며, 외환 자유화 정책이나 원화 국제화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디지털 자산이 국가 경제 정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정책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부와 중앙은행의 신중한 접근이 향후 제도 설계 및 산업 육성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