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간 잠들어 있던 비트코인(BTC) 수집품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주인은 뜻밖의 실수로 수천만 원 상당의 코인을 순식간에 잃고 말았다.
지난 2012년, 한 투자자가 단 500달러(약 69만 원)로 구매한 카사시우스(Casascius) 실물 비트코인 바가 최근 개봉됐다. 해당 바에는 무려 100 BTC가 내장돼 있으며, 현재 가치는 1,000만 달러(약 139억 원)를 넘는다. 특히 이는 전 세계에 단 35개만 존재하는 100 BTC짜리 미개봉 카사시우스 바 중 하나로, 희소성과 수집 가치를 모두 갖춘 ‘전설의 아이템’으로 여겨진다.
오랜 기다림 끝에 봉인을 푼 주인은 비트코인을 현금화하지 않고, 보안을 고려해 여러 지갑으로 나눠 보관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대형 실물 코인 수집품이 실제로 사용되는 경우는 드물어, 이번 건은 관련 커뮤니티의 큰 주목을 받았다. 트위터에서는 "1,000만 달러 수익이라니 말도 안 돼"라며 투자자들의 반응이 이어졌고, 일부는 이를 최고의 ROI(투자 대비 수익률) 사례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본인의 자산 일부를 본인이 아닌 누군가에게 잃게 된다. 문제의 발단은 이 투자자가 비트코인 소유 과정을 비트코인토크(BitcoinTalk) 포럼에 공개하면서 일어났다. 민키(Mini-key) 복구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갑에 접근할 수 있는 비공개 정보를 온라인에 올린 것이다. 결과는 재빠른 ‘스윕’이었다. 몇 분 만에 해당 지갑에 있던 100 비트코인캐시(BCH, 약 6,950만 원 상당)와 그 밖의 포크 코인들이 외부 주소로 이체됐다.
더 당황스러운 점은 한 사용자가 BCH를 되돌려보내기도 했지만, 이미 해당 지갑은 노출돼 추가적인 탈취에도 무방비인 상태였다는 것이다. 반환된 코인 역시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고, 나머지 피해는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번 사고는 실물 암호화폐 보관 방식의 한계와 민감 정보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특히 오래된 지갑일수록 다양한 포크 코인 권리가 자동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실물 BTC를 넘는 추가 자산까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카사시우스 바와 같은 실물형 암호화폐는 이제 단순한 저장 수단이 아닌 고가 수집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높은 가치만큼이나 민감한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태평양을 건넌 금괴’도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