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검찰이 암호화폐 믹싱 서비스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 공동 창업자 겸 개발자 로만 스톰(Roman Storm)에 대한 형사 재판에서 마무리 증언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6월 13일(현지시간) 미국 국세청(IRS) 소속 요원의 진술을 바탕으로 그가 불법 자금 흐름에 ‘관여’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유죄 입증을 시도했다.
내부 법정 전문 미디어인 이너시티프레스(Inner City Press)에 따르면, IRS 범죄수사국 소속 스테판 조지(Stephan George) 특별 요원은 스톰 관련 혐의 입증을 위해 거래소 크립토닷컴 및 바이낸스의 거래 기록을 검토한 사실을 증언했다. 그는 토네이도 캐시의 스마트 컨트랙트 주소로 송금된 암호화폐 흐름을 추적한 결과, 로만 스톰에게 자금 통제력(Control)이 있었음을 포렌식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분석에는 스톰 외에 공동 창업자인 알렉세이 페르체이(Alexey Pertsev), 로만 세메노프(Roman Semenov)와의 통신 자료도 활용됐다.
이날 증언은 스톰의 변호인 측이 제기한 반박 증거 채택 문제와 직결돼 있었다. 이들은 앞서 ‘로맨스 스캠’으로 암호화폐를 탈취당한 피해자 린 한펑(Hanfeng Lin)의 증언이 믹서 서비스와 무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증거 배제를 요구했으며, 향후 재판 무효(Mistrial) 신청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톰 측은 정부 측이 내세운 전문가의 자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회계학적 분석은 가능하겠지만, 가상자산 범죄 수익 추적과 관련해 지갑 주소와 특정 해커의 관련성까지 입증하는 것은 역량 범위를 넘어서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스톰이 플랫폼을 고의로 개조하지 않아 불법 자금 세탁을 막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정부 측 또 다른 증인은 스톰이 토네이도 캐시를 범죄 악용 억제 목적으로 수정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법정에 설 예정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해당 플랫폼이 미국 정부의 제재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중심으로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네이도 캐시는 익명성을 앞세운 믹싱 기술로 자금 흐름 추적이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 해커 조직을 비롯한 범죄 조직의 자금 세탁 통로로 악용돼 왔다. 이번 재판은 탈중앙화 기술이 범죄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돼 있는지를 놓고 법률적·기술적 경계선을 재정의할 수 있는 중대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