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025년 상반기 기준, 암호화폐 및 인공지능(AI) 관련 집단소송 건수가 이미 지난해 전체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출범 이후 규제당국이 업계에 대한 단속을 완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여전히 민사소송을 통해 권리 구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시장조사 기관 코너스톤리서치(Cornerstone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미국에서 제기된 투자자 주도 집단소송 중 AI 관련 소송은 12건, 암호화폐 관련 건은 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의 관련 소송 추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AI와 암호화폐가 2025년 상반기 가장 큰 시장 분쟁 트렌드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전체 주식시장 관련 집단소송 건수는 2025년 상반기에 114건으로, 2024년 하반기의 115건과 사실상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가운데 암호화폐는 한동안 미국 정부의 단속 약화로 인해 집단소송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여전히 법적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너스톤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제기된 암호화폐 관련 집단소송은 7건이었다. 이에 비해 2025년에는 상반기만에 이미 6건이 접수돼, 전년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중 절반은 특정 암호화폐 발행사를 대상으로 했으며, 나머지 하나는 채굴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이었다. 나머지 2건은 채굴 장비 판매, 암호화폐 산업 진출 시도 또는 해당 업계와의 협업을 추진했던 이른바 ‘암호화폐 인접 기업’에 제기된 것이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 하의 연방 기관이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기조를 다소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민간 차원의 법적 대응은 오히려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단속은 줄었지만, 시장에서 발생하는 손실이나 불투명한 정보 제공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여전히 깊다”며, 앞으로도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민사소송 중심의 책임 추궁 행태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