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하는 시놉시스(Synopsys, SNPS)가 인공지능 기반 설계 자동화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차세대 반도체·전자 시스템 개발 전략을 공개했다. 새로운 ‘멀티피직스 퓨전(Multiphysics Fusion)’과 ‘AgentEngineer’ 기반 멀티 에이전트 설계 환경, 전자 ‘디지털 트윈(eDT)’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드웨어 검증·시뮬레이션·AI 설계 자동화를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시놉시스가 AI 시대 반도체 설계 인프라 경쟁에서 기술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시놉시스는 2026년 ‘시놉시스 컨버지(Synopsys Converge) 2026’ 행사에서 차세대 설계 플랫폼과 검증 시스템을 발표했다. 핵심은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합한 멀티피직스 퓨전과 AI 기반 엔지니어링 자동화 플랫폼 AgentEngineer다. 회사 측에 따르면 AgentEngineer의 멀티 에이전트 워크플로우는 설계 생산성을 기존 대비 최대 2배에서 5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전자 디지털 트윈 플랫폼은 실제 하드웨어 제작 이전 단계에서 소프트웨어 검증을 최대 90%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시놉시스는 앤시스(Ansys) 기술 통합을 중심으로 한 ‘Ansys 2026 R1’ 플랫폼을 공식 발표하며 시스템 수준 설계 환경을 대폭 강화했다. 이 플랫폼은 AI 기반 시뮬레이션 기능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결합해 복잡한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 조기 검증과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기능으로는 안전·재료 워크플로우 통합, 생성형 및 에이전트형 AI 설계 기능, TwinAI ROM 마법사, CoSim 분산 공동 시뮬레이션, 3D 전력 무결성 분석을 위한 HFSS‑PI 등이 포함됐다. 또한 엔비디아의 Omniverse 플랫폼과의 통합 범위도 확대돼 산업용 가상 환경에서의 설계 테스트가 가능해졌다.
하드웨어 검증 분야에서도 성능 강화가 이뤄졌다. 시놉시스는 소프트웨어 정의 방식의 하드웨어 가속 검증(HAV)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며 ZeBu Server 5와 신규 ‘HAPS-200’ 및 ‘ZeBu-200’ FPGA 기반 시스템을 공개했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은 성능과 용량 측면에서 최대 2배 향상을 제공한다. 또한 업계 최초의 하드웨어 기반 테스트 자동화 기능과 ‘실수 기반 모델(Real-Number Models)’을 도입해 캐시 일관성 문제나 서브시스템 버그를 초기 단계에서 더 빠르게 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 디지털 트윈(eDT) 플랫폼 역시 주목받는 분야다. 이 플랫폼은 클라우드 기반 오픈 아키텍처 구조로 차량용 전자 시스템과 물리적 AI 시스템 개발을 위해 설계됐다. 시놉시스는 AWS의 ‘그라비톤4(Graviton4)’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한 대규모 가상 검증 환경을 지원하며, SaaS 또는 기업 자체 클라우드(BYOC) 방식으로 구축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DT Labs와 API, 역할 기반 접근 체계를 통해 가상 ECU, SoC 모델, 소프트웨어 스택을 동시에 검증하도록 설계된 점도 특징이다.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 전략도 병행됐다. 지난 3월 2일 시놉시스는 초저전력 엣지 AI용 신경형 마이크로컨트롤러를 개발하는 이네테라(Innatera)와 협력해 설계 검증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시놉시스 PathFinder‑SC와 Totem 솔루션을 활용해 정전기 방전(ESD) 시뮬레이션과 트랜지스터 수준 전력 무결성 분석을 진행하며 웨어러블·센서·로봇용 제품 상용화를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재무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시놉시스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 24억900만 달러(약 3조 4,69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은 GAAP 기준 0.34달러, 비GAAP 기준 3.77달러를 기록했다. 회사는 연간 매출 전망 중간값을 96억1,000만 달러(약 13조 8,384억 원)로 유지했으며, 이 가운데 약 29억 달러(약 4조 1,760억 원)는 앤시스 통합 효과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추가로 승인했다.
자본 전략 측면에서는 뱅크 오브 노바 스코샤와 가속 자사주 매입(ASR) 계약을 체결해 2억5,000만 달러(약 3,600억 원) 규모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 회사는 약 51만3,000주를 우선 인도받으며, 나머지 물량은 평균거래가(VWAP) 기준으로 산정돼 2026년 6월 1일 이전까지 정산될 예정이다.
지배구조 개편도 병행됐다. 시놉시스는 피터 A. 시머(Peter A. Shimer)를 이사회 신규 이사로 선임하고 감사위원회에 배치했다. 딜로이트에서 약 40년간 활동한 그는 재직 기간 동안 회사 연매출을 300억 달러까지 확대하는 데 기여한 인물로 평가된다. 시놉시스 측은 앤시스 통합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사회 ‘세대 교체’와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시놉시스가 ‘AI 기반 시스템 설계 플랫폼’ 기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시장이 단순 칩 설계를 넘어 시스템 검증과 디지털 트윈, 물리 시뮬레이션 영역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시놉시스의 통합 전략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반도체 분석가는 “AI와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시프트 레프트(Shift‑Left)’ 개발 방식은 차량·데이터센터·엣지 AI 시스템에서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며 “시놉시스가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은 복잡한 시스템 설계를 가상 환경에서 미리 검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크다”고 말했다.
시놉시스는 2026년 2월 25일 장 마감 이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향후 사업 전략과 전망을 추가로 설명할 예정이다. 회사는 반도체 설계, 시스템 시뮬레이션, 그리고 전자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새로운 개발 환경을 통해 AI 시대의 반도체 설계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