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TRX), 하루 2시간 만에 5,500억 원 이동…글로벌 'USDT 러시아워' 집중 포착

암호화폐 시장이 하루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는 어디일까? 최근 분석에 따르면 트론(TRX) 네트워크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UTC 기준)까지 단 2시간 동안 약 4억 달러(약 5,560억 원)에 달하는 테더(USDT)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백만 달러 러시아워’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로 집중적인 거래가 몰리는 시간대다.

해당 분석을 발표한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조아오 웨드슨(João Wedson) 연구원에 따르면, 이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런던의 오전, 뉴욕의 개장 전 시간, 그리고 아시아의 업무 마감 시간 등이 겹치는 이 시간대는 전 세계 주요 금융 허브가 동시에 활발히 움직이는 ‘유동성 교차점’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거래 활성화, 차익 기회, 자금 재배치 등이 활발히 이뤄지며, 이는 곧 트론 네트워크에서의 대규모 USDT 이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눈여겨볼 점은, 트론이 이러한 흐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트론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입지를 빠르게 넓히며, 현재는 이더리움(ETH)보다 약 40억 달러(약 5조 5,600억 원)나 많은 USDT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과거 테더 발행을 주도했던 이더리움과 반전된 결과다.

거래 수수료가 낮고 처리 속도가 빠른 점 역시 트론이 법정화폐에 연동된 암호화폐 거래의 주요 네트워크로 자리잡는 데 기여했다. 글로벌 거래소들이 USDT 입출금의 기본 네트워크로 TRC-20을 채택하고, 나이지리아,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 시장에서 이동식 대안 금융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트론은 디지털 유동성의 심장으로 발전하게 됐다.

이번 분석은 스테이블코인 시장 전반의 흐름을 들여다보는 데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24억 7,000만 달러(약 3조 4,333억 원) 증가했고, 이 중 USDT는 61.74%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트론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총 시가총액은 약 828억 달러(약 114조 9,200억 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무려 98.47%가 USDT다.

이는 단편적인 데이터가 아닌, 전 세계의 대형 자금 흐름이 트론의 주요 시간대에 집중되고 있음을 뜻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시간대의 트론 고래 지갑 활동을 면밀히 관찰함으로써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움직임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경 없는 시장이라는 특성을 지닌 암호화폐 세계에서도, 여전히 글로벌 금융 시장의 리듬이 주요 자금 이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고래들은 24시간 내내 움직이지만, 진짜 큰 돈은 런던과 월가가 깨어 있을 때 흐릅니다." 웨드슨 연구원의 말처럼, 트론에서 자금 흐름의 맥을 짚고자 한다면 아침 9시(UTC 기준), 알람을 맞춰두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