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고등법원이 최근 전례 없는 비트코인(BTC) 관련 범죄 사건에서 피고인 중 한 명인 존 울츠(John Woeltz)의 보석을 허가하며, 가상자산을 둘러싼 폭력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피고인 두 명은 1억 달러(약 1,39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차지하기 위해 이탈리아 출신 밀리어네어 마이클 발렌티노 테오프라스토 카투란(Michael Valentino Teofrasto Carturan)을 뉴욕 자택에서 고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폭력 사건으로는 유례없이 잔혹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은, 보안이 강조돼온 블록체인 기술조차 범죄자의 탐욕을 막을 수 없음을 드러냈다.
존 울츠는 지난 2개월 동안 악명 높은 라이커스섬 수감 시설에 구금돼 있었으며, 최근 100만 달러(약 13억 9,000만 원)의 보석금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해당 보석금은 부친이 현금과 부동산을 조합해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로 자택 연금 중이며, 건강검진 및 변호사 접견 등 제한된 용도로만 외출이 허용된다.
사건의 핵심은 울츠와 공범 윌리엄 듀플레시(William Duplessie)가 범행 전부터 구체적인 가상자산 탈취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는 점이다. 검찰 측은 두 피고가 피해자의 지갑 비밀번호를 얻기 위해 무차별적 고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실제 기소장에 따르면, 카투란은 무려 3주 동안 휴대전화와 여권을 빼앗긴 채 감금되었고, 전기 충격, 둔기로 인한 두부 손상, 약물 강요, 심지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시 그가 계단 끝에 매달리거나 모욕적인 행위를 강요받았다는 증언도 확보됐다.
이와 관련해 울츠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단순한 고문이 아닌 일종의 통과의례(hazing)였다"며,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들이 이미 피해자 가족까지 협박 대상으로 삼았음을 강조하며, 범행의 계획성과 잔혹성을 부각시켰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가 가진 익명성과 높은 자산 가치를 노린 범죄가 얼마나 조직적이고 폭력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수사당국이 확보한 탈취 매뉴얼은 디지털 자산 보유자들이 보다 체계적인 보안 수단을 갖춰야 함을 시사한다.
한편, 윌리엄 듀플레시는 여전히 구금 중이며, 양측 피의자는 오는 10월 15일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암호화폐 보유자에 대한 개인 타깃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법적 대응과 기술적 보안 모두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