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시장이 한때 10만 7,000달러(약 1억 4,873만 원) 선까지 후퇴한 이후, 시장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최근 ‘시장가치 대비 실현가치(MVRV)’ 지표에서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하면서 단기적으로 매수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관측된다.
MVRV는 전체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실제 투자자들의 평균 매입 단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과대평가 여부 판단 지표로, 보통 단기(30일) 및 장기(365일) 이동평균선 간의 교차로 시장 강도를 해석한다. 이번 데드크로스는 30일선이 365일선을 하향 돌파한 것으로, 시장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이는 2021년 말과 유사한 양상이다. 당시 비트코인은 6만 4,900달러(약 9,021만 원)에서 6만 9,000달러(약 9,591만 원)로 6.3% 상승했지만, 자금 유입 둔화로 MVRV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8월 한 달 동안 10만 9,400달러(약 1억 5,196만 원)에서 12만 4,000달러(약 1억 7,236만 원)까지 13.3% 반등하긴 했지만, MVRV는 되레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이 실제 유입 자금보다는 기관 투자 유입 및 ETF 채택이라는 심리적 지지 기반에 더 큰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괴리는 반드시 시장 정점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러나 자산 가격이 고평가된 상태에서 탄탄한 자금 유입이 부족할 경우, 조정 내지 횡보 구간에 진입할 위험이 커진다.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MVRV 등 구조적 지표는 단기적 취약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한편, 시장 전체의 구조적 기반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데이터 분석 기업 스위스블록(Swissblock)은, 비트코인 네트워크 성장세와 유동성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두 요소는 2023년 이후 강한 상승장을 이끌어온 주요 구성요소다. 네트워크 활성화는 지갑 수와 트랜잭션 증가 등 블록체인 참여도를 반영하며, 유동성 상승은 신규 유입 자금의 흐름을 나타낸다.
스위스블록은 이러한 상승 추세가 재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비트코인이 또 한 번의 상승 랠리를 이어갈 수 있는 연료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MVRV는 냉각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네트워크와 유동성 지표는 온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