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 기반 벤처기업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상장 첫날 주가가 한때 두 배 이상 급등하는 등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과 차남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기업이기도 해 정치적 논란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우회 상장한 아메리칸 비트코인의 주가는 거래 중 한때 110.4% 오른 14.5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결국 8.0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16.5% 상승한 수치다. 주가 상승은 시장 데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트럼프 일가의 참여가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장을 위한 공식 절차 대신 나스닥 상장사 '그리폰 디지털 마이닝'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 경로를 택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기업은 올해 3월에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캐나다의 가상화폐 채굴 인프라 기업 '헛 에이트'의 일부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에릭 트럼프는 회사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참여하고 있으며, 자신의 역할을 대변인 정도의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진정한 디지털 금'이라며 생산량이 제한된 고유 자산으로 평가했다. 현재 이들 형제가 소유한 지분은 약 20%로, 종가 기준으로 15억 달러, 한때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최대 26억 달러에 달하는 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단순 채굴회사를 넘어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고 비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데이터 분석회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공동 설립한 마이클 세일러가 확립한 기업형 투자 방식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세일러는 자사 자산을 비트코인으로 전환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많은 기업들의 추종을 이끌었고,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그중 하나로 분류된다.
트럼프 가족은 이 외에도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 중이다. 그들이 운영하는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러지 그룹’은 올해 5월 비트코인 구매 자금으로 25억 달러를 조달했고, 또 다른 계열사인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은 지난 1일 신규 코인을 바이낸스, 업비트 등 주요 거래소에 상장했다. 그 외에도 대체불가능토큰(NFT), 밈 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등 가상화폐 관련 상품들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 일가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화폐 규제 완화 기조를 펴고 있어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에릭 트럼프는 아버지와의 사업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며, 그런 의혹 자체를 ‘정신 나간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이 같은 흐름은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적 불확실성과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일부 정치권과 재계에서 비트코인을 핵심 투자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트럼프 일가의 행보는 비트코인의 제도권 수용 여부와도 직결될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