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참여한 한일 공동 해외송금 기술 검증 사업이 1단계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실험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새로운 해외송금 방식이 기존보다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케이뱅크는 9월 16일, 일본과 협력해 진행한 ‘팍스프로젝트’의 첫 번째 검증 작업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양국 간 원활한 자금 이동을 위해 원화와 엔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법정통화에 가치가 고정된 암호자산)을 활용한 송금 방식을 시험한 것이다. 실제 검증은 원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블록체인을 통해 일본으로 전송한 후, 다시 이를 엔화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이번 검증에는 한국의 케이뱅크를 비롯해 신한은행, NH농협은행, 핀테크 기업 페어스퀘어랩,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이 참여했으며, 일본 측에서는 일본상공조합중앙금고와 디지털 인프라 기업 프로그맷, 블록체인 기술업체 데이터체인이 함께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도쿄에서 프로젝트 종료 보고회를 열고 시행 과정을 공유했다.
참여 기관들은 이번 실험을 통해 금융 규제와 컴플라이언스(준법·위험관리) 요건 적용 가능성 및 실무 연동성, 시스템 안정성 등을 점검했다.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금융기관 간의 연동을 위한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개발로, 이를 개방형 구조로 설계함으로써 향후 시중 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 일반 기업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송금 인프라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즉, 기술적 기반이 단순한 송금을 넘어 금융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이 같은 가능성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 검증에 돌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네트워크와의 실시간 연동, 양국 화폐를 동시에 교환함으로써 송금 리스크를 줄이는 지급 동시 결제 방식, 소액송금을 포함한 다양한 사용 사례로 확대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해외송금이 점차 본격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속하고 저비용의 송금 인프라가 기존 SWIFT망에 의존하는 국제 송금 구조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규제 체계 정비와 금융기관 간 협력 확대가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