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E에서 열린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 X 웹 3.0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신뢰로 만드는 가치 생태계, 블록체인과 웹3.0’이라는 패널토론에서 AI,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신원, 블록체인기본법 등 한국 디지털 전환의 핵심 이슈들이 집중 논의됐다.
신용태 숭실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최선미 박사(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류창보 회장(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 김종협 대표(파라메타), 박종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심재훈 대표(호패)가 패널로 참여했다.
최선미 박사 “AI와 블록체인 융합, 신뢰와 책임의 시대 여는 핵심 열쇠”
최선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의 사고를 보완하고 세상을 보는 시선을 확장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AI는 단순한 지식 생산이나 창의적 결과 창출을 넘어 인지적 의사결정까지 가능해질 것”이라며 “상황 판단과 자율적 학습, 스스로 의사결정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기계가 담당하는 역할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현상을 ‘하이퍼머시너티(Hyper-Machinity)’의 확산으로 표현하며 “이 시대에는 사람과 기계가 공존하면서 산업사회 전반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AI 확산이 안전·보안·신뢰 문제로 인해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딥페이크나 가짜뉴스 같은 문제가 이미 나타났고 AI 의사결정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며 “AI 성능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 역시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불안 요소들이 AI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며 AI를 사람 중심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정성, 책임성 등 근본적인 원칙이 논의되고 있으며 실제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그 해법으로 블록체인과의 융합을 제시했다.
그는 “블록체인 융합은 AI가 가진 추상적 문제를 집행 가능한 기준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책임과 권한을 분산시켜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서로 다른 의견이 반영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블록체인의 가장 중요한 기여는 데이터 영역”이라며 “데이터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AI 자체가 사회 인프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안전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기술이 AI의 사회적 확산을 촉진할 것”이라며 “AI가 공정하고 책임 있게 작동하는 사회를 구현하는 데 블록체인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협 파라메타 대표 “블록체인 신뢰성과 상호운용성 확보가 대중화의 열쇠”
김종협 파라메타(Parameta) 대표는 “블록체인은 신뢰성을 제공하는 매우 유용하고 효율적인 기술이지만 대중화를 위해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의 신뢰성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 기준과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인일 경우 합의 구조와 보안 설계가 매우 중요하며 스마트 컨트랙트와 분산원장 기술의 안전성을 보장할 엄격한 기술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침해나 오류, 장애, 보안 공격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TO(증권형 토큰)나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 제도화 과정에서도 이러한 기준이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STO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KYC 기반 상호호환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글로벌에서는 이를 위한 기술적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미 활용 중인 이더리움의 ERC-725 신원 표준, ERC-3643 규제 대응 토큰 표준 등을 참고하여 국내 기술 표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김 대표는 현재 추진 중인 표준 KYC 체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KBTF(블록체인 신뢰 프레임워크), 금융 샌드박스 제도를 결합하는 것이 블록체인 산업 확산의 핵심 성공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정부가 운영 중인 모바일 신분증은 폐쇄형 구조로 제한돼 있다면서 여러 블록체인 간 연동이 가능한 개방형 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KBTF도 퍼블릭 체인으로 확장해 실증 테스트베드로 활용해야 하며 금융권과의 연계를 통해 기술의 신뢰성과 시장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기준과 체계가 케이스별 실증사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면서 “RWA(실물자산)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디파이 등을 중심으로 금융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리스크를 평가하고 제도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추진 중인 블록체인 기본법은 이러한 기술적 신뢰성 검토 체계, 표준 KYC 프레임워크, KBTF·샌드박스의 성과를 모두 흡수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며 “기술 신뢰성과 상호운용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때 비로소 블록체인의 대중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재훈 호패 대표 “AI·스테이블코인 시대, 디지털 신원 인프라는 새로운 국가 전략산업”
심재훈 호패 대표는 많은 DID(탈중앙 신원증명) 기술을 실험하면서 신뢰성과 효용이 검증되면서 전 세계 정부가 디지털 신원 생태계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이 이러한 산업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 대표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신분증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에서 디지털 신분증을 운영하던 국가는 5곳뿐이었지만 내년에는 80개국, 내후년에는 140개국이 디지털 신분증 발급과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국 전문가가 모여 글로벌 디지털 신원 생태계 구축을 논의하고 상호운용이 가능한 국제 디지털 신분증 표준화 방안을 협의한 바 있으며 실제로 EU의 eIDAS 2.0 등 신원인증이 복잡한 국가에서 디지털 신원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AI와 스테이블코인 시대에는 KYC(고객신원확인)와 AML(자금세탁방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이 과정을 디지털 신분증이 자동화·표준화된 방식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 대표는 이러한 변화 속에 한국의 역할에 대해 제언했다.
그는 “한국은 디지털 인프라와 인증체계 구축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제는 SCO(Shared Credential Operator) 사업을 통해 이러한 역량을 해외로 수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인프라와 인증체계 노하우를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국가에 선제적으로 제공하고 공공조달·민간사업 참여를 통해 미래 신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패 대표는 “AI와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디지털 신원 인프라는 과거의 국방, 원전, 조선 산업처럼 국가의 전략적 핵심산업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그 중심에서 미래 신뢰 인프라를 수출하는 국가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창보 회장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공존형 금융 인프라의 출발점 될 것”
류창보 OBDIA 회장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는 글로벌 차원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도 그 흐름 속에서 함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대응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2017년에 금지됐던 ICO가 다시 제도화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농협은행 블록체인 팀에서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예금 토큰, STO(증권형 토큰)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다루고 있다며 “앞으로는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여러 디지털 자산이 공존하는 금융 인프라 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러한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STO나 RWA(실물자산 토큰화) 같은 영역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토큰 생태계 전반이 동시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면 은행이 신뢰를 기반으로 생태계 내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비은행권과 IT기업도 함께 참여해 혁신과 서비스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통해 금융 인프라가 혁신되고,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박종백 변호사 “블록체인 기본법은 디지털 신뢰사회의 법적 토대… 국가 경쟁력의 문제”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디지털 신뢰사회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본법 제정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블록체인 진흥을 위한 관련 법 제정을 제안하면서 법안을 연구해왔다”며 “국가가 새로운 기술에 법제도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자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결국 법제도의 방향은 국가의 부(富)와 직결된다”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인용해 “포용적 경제 구조와 정치 시스템을 가진 국가는 국부를 축적하지만 착취적 구조에 머무는 국가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를 쌓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역시 앞으로 포용적 구조를 선택할 것인지, 기득권 중심의 착취적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에 따라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국가는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위험을 관리하려 하고, 또 어떤 국가는 생태계를 이해하고 산업 성장과 기술 발전을 장려하려 한다”며 “한국은 아직 금융 규제 중심의 접근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현재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전체적으로 규제 중심의 법안”이라며 “이제는 기술과 산업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성장시킬 수 있는 법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블록체인기본법의 취지를 “기술·산업 기반 조성과 진흥, 그리고 규제 개선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라며 “기술에 정통한 부서의 접근을 통해 기술 중립성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기본법은 기술 중심의 정확한 용어 정의, 정보 기록으로서의 분산원장 법적 효력 인정, 스마트 컨트랙트와 분산 ID(DID) 활용 효력 인정 등의 내용을 담았으며 규제개선을 위한 임시기준 도입, 3개년 블록체인 산업 기본계획 수립·시행, 전담 부서 및 위원회 설립 등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 지원도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기존 정부는 주로 포지티브(Positive) 규제 방식, 즉 ‘허용된 것만 가능한’ 틀 속에서 정책을 설계해왔다”며 “그러나 기술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이런 접근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금융 중심 규제는 기술 혁신을 충분히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술과 산업을 장려할 수 있는 법적 후견인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에 정통한 부처가 주도해 핵심 정의와 원칙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산업 친화적 법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 X 웹 3.0 컨퍼런스’는 블록체인과 웹3 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신뢰사회의 미래상을 조망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공동 주관한다.
전통 금융기관, 블록체인 기업, 학계가 함께 참여해 스테이블코인, 인공지능(AI), DID, RWA(실물자산 토큰화) 등 차세대 인프라의 제도권 편입 전략을 논의하며, 블록체인 기술이 ‘신뢰 기반 디지털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는 구체적인 비전을 공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