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이 지난 10월 기록적인 하락 이후 반등에 성공하며, 다시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시가총액 기준 최대 두 암호화폐는 각각 3%, 9% 상승하며 최고가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이번 반등의 핵심 동력으로는 ‘기관 투자자들의 매집’이 꼽히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 기업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10일 기준 비트코인의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지수’는 19개월 내 최고치인 0.182까지 치솟았다. 이 지수는 미국 투자자 중심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의 달러 거래 가격과 바이낸스의 테더(USDT) 거래 가격 차이를 나타낸다. 보통 시장 조정 국면에서는 이 프리미엄이 줄어들거나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경향이 있으나, 이번엔 오히려 상승했다. 이는 코인베이스를 주로 사용하는 미국 기관투자자들이 가격 하락 속에서도 비트코인을 적극적으로 매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움직임은 전형적인 ‘디핑 매수(Buy the dip)’의 사례로, 가격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기회 삼아 장기 보유 목적의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11만 달러(약 1억 5,290만 원) 부근에서 강력한 지지선을 형성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의 지속적인 매수세는 향후 하락 압력을 완화시키고, 반등 시점을 앞당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더리움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같은 날 이더리움의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지수는 연중 최고치인 6.0을 기록했으며, 이는 기관 매수세가 비트코인 못지않게 강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크립토퀀트는 이를 두고 "미국과 글로벌 투자자들 간 온도차가 더욱 또렷이 부각됐다"며, 주요 투자자 층이 이더리움을 저점 매수 기회로 인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기관이 쌓아올린 매수벽은 중장기적인 가격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번 폭락의 촉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 발표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불 시어리(Bull Theory)’는 사건 발생 이틀 전, 한 고래 투자자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했고, 이는 트럼프의 트루스소셜(Truth Social) 게시물 직후 포지션을 빠르게 청산하면서 약 2억 달러(약 2,780억 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1월 1일부터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식 발표 30분 전, 보유한 공매도 포지션을 두 배 이상 확대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여기에 급격히 반응했다. S&P 500 지수가 2% 넘게 하락하고, 비트코인은 10만 2,000달러(약 1억 4,178만 원)까지 급락했으며, 일부 알트코인은 90% 이상 폭락했다. 단 몇 시간 만에 1조 달러(약 1,390조 원) 이상의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증발했고, 200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 이상의 포지션이 청산되며 시장에는 시스템적 디레버리징 현상이 나타났다.
불 시어리는 이러한 급락을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2023년 미드사이클 조정과 유사한 ‘구조적 정화’로 평가했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해소한 이번 조정은 결국 다음 상승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암호화폐 시장은 예상치 못한 충격 속에서 기관의 강한 매수세와 트럼프라는 정치 변수를 동시에 마주하며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시장은 다시 상승 모멘텀을 되찾을지, 아니면 또 다른 조정을 겪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