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에 흠집이 가고 있다. 블룸버그의 수석 전략가인 마이크 맥글론(Mike McGlone)은 금과 비트코인의 상대적 가치 변화가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금에 비해 상대적인 약세 흐름으로 ‘거대한 리셋(Great Reset)’이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맥글론은 비트코인/금의 가치 비율이 한때 50을 넘었지만 현재는 30 이하로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비트코인처럼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자산 전반이 압박을 받고 있는 반면, 금은 꾸준히 가치 보존 역할을 수행하며 반등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금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온스당 130달러(약 18만 7000원) 상승해 4,130달러(약 573만 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하루 상승폭 기준 3.3% 증가이며, 금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거의 1조 달러(약 1,390조 원) 늘어난 셈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은 불안정했다. 일시적으로 12만 4000달러(약 1억 7,236만 원)를 넘으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미국 시장 개장 시점에는 11만 1000달러(약 1억 5,429만 원) 이하로 다시 밀려났다. 디지털 희소성이 오프라인 자산의 안전성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금 관련 지표도 강세를 뒷받침한다. 최대 금 ETF인 GLD는 최근 125억 달러(약 1조 7,375억 원) 규모의 거래량을 기록했으며, 이는 ‘매그니피센트 7’에 속한 대부분의 빅테크 주식보다 높은 수치다. 금의 상대강도지수(RSI) 역시 91.8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맥글론은 과거에도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으며 비판을 받아왔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데이터가 그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자산이지만, 금과의 상대 비교에서는 확실히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중심으로서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디지털 금’이라는 내러티브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장 변동성과 안전자산 선호가 지속된다면 금과 비트코인의 역전 현상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