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기본법 마련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정부안 제출이 올해 안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 정책 주체인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가상 자산) 관리 권한을 두고 사실상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태다.
오는 12월 10일까지 정부안을 제출해달라는 국회의 요구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현실적으로 기한 내 제출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는 조문 수준의 완성된 안이 아니라, 목차만 가지고 설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안의 내용과 방향성에 대한 파악이 당분간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법안 마련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와 구조를 둘러싼 한은과 금융위의 입장 차이다. 한국은행은 “은행이 지분 51%를 이상 보유한 컨소시엄”만 발행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은 통화정책 관리나 금융안정 측면에서 검증된 기관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금융위는 ‘은행 중심’은 유지하되 지분율을 법에 명시하는 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 특성을 고려해 사업자의 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위원회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자산 규제인 미카(MiCA) 법을 예시로 들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기관 대다수가 전자화폐기관이며, 일본에서도 핀테크 기업이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허가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이 같은 설명은 은행 과반 지분 구성이 핀테크 기업의 진입을 가로막고, 결과적으로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인가 구조와 감독 권한을 두고도 의견은 갈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 금융위의 초안은 발행 인가권을 금융위에 집중시키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지만, 한은은 주요 기관이 만장일치 합의해야만 인가가 이뤄지는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김은혜·안도걸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에는 한국은행에 검사 요구권, 공동 검사 참여권, 금융위에 대한 긴급조치 요청권 등을 부여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러한 권한 강화에 대해 현실적 실익이 낮고 국제적인 사례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관련 정부안의 연내 제출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구조와 감독 권한이라는 두 축이 확고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입법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정부가 강조해온 ‘투자자 보호 기반 마련’ 현실화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