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美 재정정책 감시하는 ‘디지털 견제장치’ 부상

비트코인(BTC)이 미국 달러의 장기적 위상을 지키는 데 예외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비트코인이 미국의 재정 정책에 대한 '견제와 균형' 기능을 하며, 달러의 건전성을 유지시키는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의 존재 자체가 정책 실수 억제 요인

암스트롱은 최근 음악 프로듀서 릭 루빈과 함께한 팟캐스트 ‘테트라그래마톤’에서 “비트코인은 달러에 견제와 균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나 인플레이션 발생 시 투자자들이 법정화폐를 벗어나 다른 자산에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이 정책 당국에 경고 신호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이 성장 없이 계속된다면 결국 기축통화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있어 치명적인 결과”라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약 37조 6,500억 달러(약 53경 9,158조 원)에 달하며, 1초마다 7만 달러(약 1,003만 원) 이상 증가 중이다. 급증하는 재정 압력이 달러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투자자 포트폴리오에 금·비트코인 합류…시장 민감도 상승

불확실성 속에 시장은 '실물 자산 회귀' 움직임을 보였다. JP모건은 올해 10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과 금을 ‘달러 가치 하락에 대응한 거래수단’으로 분류했다. 같은 시기, 비트코인은 최고가 12만 6,000달러(약 1억 8,065만 원)를 넘겼지만 이후 약 30% 조정을 받았다. 반면 금은 꾸준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강세를 이어갔다.

암스트롱은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자산 회피가 아니라 정책 당국에 유의미한 시그널이 된다고 본다. 그는 “비트코인의 존재 자체가 중앙은행과 규제기관으로 하여금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도록 유도한다”며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는 미국 실험을 연장시키는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안’ 추진

이러한 논의 속에서 워싱턴도 비트코인 수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안’에 서명했다. 이는 미 정부가 압류 자산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 비축 계획을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률적인 제도화는 ‘2025 비트코인 법안’ 통과 이후에야 가능하다. 현재 이 법안은 의회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달러화 2.0’을 이끄는 건 스테이블코인?

한편 암호화폐 업계 일각에서는 비트코인보다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패권 유지에 더 효과적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폴리곤 재단 CEO 산딥 네일왈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 수요를 만들며 달러의 확장을 실시간으로 이끌고 있다”며 “라틴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중심으로 새로운 ‘달러화 2.0’이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역시 이에 발맞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GENIUS’ 법안을 통과시켜 지금까지 가장 포괄적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했다.

2026년 전망: 기회와 과제 병존

2025년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은 견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스트레티지(Strategy) CEO 퐁 리는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과 생태계는 오히려 강해졌다”고 평했고, 비트와이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맷 하우건은 “2026년은 비트코인에 반등의 해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XS.com의 시장 분석가 린 트란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은 경제 지표보다 통화정책 기대감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진단하며, 향후 금리 정책 및 규제 환경 변화가 시장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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