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업계가 연초부터 ‘감원’ 도미노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월가 대형 금융사들이 크립토 관련 채용을 늘리는 흐름과 대비되며, 시장은 인력 구조조정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싱가포르 기반 가상자산 거래소 크립토닷컴(Crypto.com)은 20일(현지시간) 전체 인력의 12%를 줄였다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크립토닷컴은 최근 업계에서 반복되는 서사처럼 이번 감원의 이유로 ‘인공지능(AI) 전환’을 전면에 내세웠다.
크립토닷컴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창업자 크리스 마자레크(Kris Marszalek)는 “전사적으로 AI를 통합하는 기업 대열에 합류한다”며 “즉시 전환하지 않는 기업은 실패할 것이고, 최고의 AI 도구를 상위 성과자와 결합하는 기업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확장성과 정밀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거래소·데이터 기업까지 감원 확산
크립토닷컴의 감원은 올해 들어 발표된 다수 크립토 기업 구조조정 흐름에 포함된다. 미국 거래소 제미니(Gemini), 데이터 플랫폼 메사리(Messari), 이더리움(ETH) 레이어2 프로젝트 ‘옵티미즘(OP)’을 이끄는 옵티미즘 랩스(Optimism Labs) 등 최소 6곳 이상이 유사한 감원 소식을 전했다.
AI가 행정, 고객지원, 초급 사무직 등 ‘화이트칼라’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경고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크립토 기업들이 AI를 감원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이런 전망과 맞물려 시장에 강한 메시지를 준다.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넘어, 경쟁력의 기준이 ‘AI 적용 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AI 탓’이 진짜인가…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대체는 제한적”
다만 기업들이 감원을 ‘AI 전환’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아마존($AMZN), 메타($META), 아틀라시안 등 빅테크 또한 최근 몇 년간 수천 명 규모의 감원을 단행하면서 AI 워크플로 통합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 AI가 대규모 실직을 직접 유발했는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1월 글로벌 자문사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 연구는 “기업들이 의미 있는 규모로 AI로 노동자를 대체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즉, 기술 도입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정기적 인력 조정이나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AI 효율화’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AI로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직무를 다시 채우는 사례도 보고된다. 핀테크 기업 블록(Block)은 AI 기반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직전 달 4,000명가량을 감원한 뒤, 이번 주 들어 일부 인력을 조용히 재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성숙도가 대량 대체를 감당하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메사리·제미니 “AI-퍼스트”…감원과 함께 메시지 강화
그럼에도 감원에 나선 크립토 기업 상당수는 ‘AI 전환’ 프레임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메사리는 최근 대규모 감원 와중에 에릭 터너(Eric Turner) CEO가 물러난 뒤, 새 CEO 디란 리(Diran Li)가 “기관을 대상으로 리서치와 AI 제품을 제공하는 ‘AI-퍼스트’ 기업으로 메사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제미니 역시 주주 서한에서 “제미니에서 AI를 쓰지 않는 것은 머지않아 노트북 대신 타자기를 들고 출근하는 것과 같아질 것”이라고 표현했다. 제미니는 2026년 초 이후 인력을 약 30% 줄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생존 경쟁의 기준을 ‘AI 적용 여부’로 재정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투자자와 시장을 향해 “우리는 성장 전략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운영 모델을 바꾸는 중”이라는 신호를 던지는 효과도 있다.
AI만의 문제는 아니다…옵티미즘·알고랜드는 ‘매크로’와 구조 재편 언급
모든 기업이 AI를 감원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아니다. 이더리움 확장 생태계에서 활동이 활발한 옵티미즘 랩스는 3월 12일 약 20개의 일자리를 줄였다. 징 왕(Jing Wang) CEO는 “더 적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더 빠르게 결정하기 위해, 조율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정은 코인베이스($COIN)가 2월 레이어2 네트워크 ‘베이스(Base)’의 수익을 옵티미즘과 공유하는 구조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이후 나왔다. 레이어2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 배분과 파트너십 구조가 바뀌는 국면에서, 프로젝트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알고랜드 재단(Algorand Foundation)도 최근 인력의 25%를 줄였다. 재단은 “불확실한 글로벌 매크로 환경과 크립토 시장 전반의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AI 효율화보다 거시 환경과 시장 사이클을 직접 원인으로 제시한 셈이다.
중동 전쟁 변수까지…시장 “인플레이션 재점화면 위험자산 전반 압박”
시장 변수는 기술 도입만이 아니다. 이달 들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과의 전쟁으로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며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경우, 주식·금·가상자산 같은 자산시장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결국 이번 크립토 업계 감원 흐름은 ‘AI 전환’이라는 표면적 명분과 함께, 레이어2 수익 구조 변화, 크립토 시장 둔화,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매크로 불확실성까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볼 여지가 크다.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503.10원 수준이다.
🔎 시장 해석
- 크립토닷컴(전체 인력 12% 감원)을 포함해 제미니·메사리·옵티미즘 랩스·알고랜드 재단 등 업계 전반에서 감원 흐름이 확산 중
- 표면적 명분은 ‘AI 전환’이지만, 실제 배경에는 비용 절감/정기 구조조정, 레이어2 수익배분 구조 변화, 크립토 시장 둔화, 지정학 리스크발 매크로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
-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의미 있는 규모의 AI 대체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해 ‘AI는 포장, 실상은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
💡 전략 포인트
- 기업 관점: ‘AI 적용 속도’가 경쟁력 지표로 재정의되는 분위기에서, AI 도입은 비용 절감뿐 아니라 투자자 설득(성장 포기 아닌 운영 모델 전환) 메시지로 활용
- 투자/관찰 포인트: 감원을 ‘AI’로 설명하는 기업일수록 실제론 재무 압박(수익성/현금흐름)·사업모델 변화(파트너십/수익배분) 여부를 함께 점검 필요
- 섹터 리스크: 중동 전쟁 변수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 재점화 → 금리/달러 강세 압력 → 위험자산(주식·가상자산) 전반에 부담 확대 가능
- 실행 체크리스트: (1) 감원 후 재고용/외주 증가 여부 (2) AI로 대체 가능한 업무 범위(고객지원·백오피스)와 핵심 인력 유지 여부 (3) 레이어2/거래소의 수익구조 변화 공지 (4) 매크로 지표(유가·물가·환율) 동행 점검
📘 용어정리
- 감원(리스트럭처링): 비용 절감 또는 조직 재편을 위해 인력을 줄이는 조치
- AI 전환(AI Transformation):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해 자동화·의사결정·생산성을 높이는 전략
- 화이트칼라 업무: 사무/관리/분석/고객지원 등 비육체 노동 중심 직무
- 레이어2(Layer2): 이더리움 등 메인체인의 처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거래를 별도로 처리하는 확장 솔루션
- 매크로(거시 환경): 금리·인플레이션·유가·환율·경기 등 경제 전반 변수
- 지정학 리스크: 전쟁/분쟁 등 국제정세가 시장에 미치는 불확실성
💡 자주 묻는 질문 (FAQ)
Q.
크립토 기업들이 감원을 하면서 ‘AI 전환’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뭔가요?
AI로 고객지원·행정·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 같은 일을 더 적은 인력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성장 전략을 포기한 게 아니라 운영 모델을 AI 중심으로 바꾸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투자자와 시장에 전달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Q.
정말 AI 때문에 일자리가 대규모로 사라지고 있나요?
아직은 ‘직접 대체’가 대규모로 진행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기업들이 의미 있는 규모로 AI로 노동자를 대체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고, 실제로 일부 기업(예: 블록)은 AI를 이유로 감원 후 일부 인력을 다시 채우는 사례도 보고됐습니다.
Q.
이번 감원 흐름을 볼 때 초보 투자자가 같이 봐야 할 핵심 변수는 무엇인가요?
AI 도입 여부만 보지 말고 (1) 기업의 수익구조 변화(예: 레이어2 수익배분/파트너십 변경), (2) 크립토 시장 사이클 둔화 여부, (3) 유가 급등 등 지정학 리스크로 인한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금리 상승→위험자산 압박), (4) 환율 변동 같은 매크로 변수를 함께 점검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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