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쉬프(Peter Schiff)가 인공지능(AI)을 비트코인(BTC)의 잠재적 위협으로 지목하면서 채굴 인프라와 보안 연구를 둘러싼 논쟁이 커졌다. 쟁점은 BTC 가격 전망이 아니라 투기 자본, 전력, 데이터센터 용량, 취약점 탐지 도구를 둘러싼 경쟁으로 옮겨갔다.
비트코인닷컴 뉴스는 쉬프가 23일 X에서 “AI는 비트코인에 강세 재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쉬프는 AI가 BTC와 투기 자본, 전력,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두고 경쟁할 수 있고, 더 강력한 AI가 비트코인 코드와 암호학, 지갑, 네트워크 취약점을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쉬프는 금 옹호론자이자 오래된 BTC 비판론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발언도 BTC를 과대평가된 자산으로 보는 기존 입장 위에 AI 변수를 얹은 주장에 가깝다.
다만 AI와 BTC 채굴이 같은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자원을 놓고 경쟁한다는 문제의식은 업계 논의와 맞닿아 있다. 대규모 AI 연산은 전력과 냉각 설비, 서버 공간을 요구하고, BTC 채굴도 전력 비용과 장비 효율에 수익성이 좌우된다.
보안 쟁점은 더 구체적이다. 코인데스크는 코인베이스($COIN), 블록(Block), 비트고(BitGo) 등 36곳 넘는 비트코인·크립토 기업이 주요 AI 연구소에 강력한 모델 접근권을 보안 연구자에게도 열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의 요구는 공격자가 이미 쓰는 도구를 방어자도 써야 한다는 취지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들이 공개 모델의 안전 필터와 접근 제한 때문에 취약점 점검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최근 BTCPay 서버와 라이트닝 노드 취약점 사례도 논쟁에 힘을 보탰다. 코인데스크는 AI 기반 자원봉사 그룹 ‘비트코인 레드팀’이 여러 프로젝트에서 취약점 보고를 냈고, 이 과정이 BTCPay 서버 패치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는 AI가 공격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경고와 동시에 방어 도구로도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보안에서는 취약점을 먼저 찾는 쪽이 위험을 만들 수도, 줄일 수도 있다.
다만 AI가 취약점을 찾는 것과 비트코인 합의 규칙을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 비트코인 코어 공식 문서는 노드가 각 블록을 검증해 2,100만 개 한도와 주요 규칙을 위반한 블록을 거부한다고 설명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비트와이즈 비트코인 ETF 공시도 BTC 공급 한도는 소스코드와 발행 프로토콜 변경 없이는 바뀌지 않는다고 적었다. 취약점 탐지가 곧 공급 규칙 변경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채굴 산업 쪽 해석은 엇갈린다. 찰스슈왑(Charles Schwab)은 4월 30일 기준 분석에서 AI가 BTC 채굴을 대체하기보다 기저부하 인프라로 재정의한다고 봤다.
찰스슈왑은 AI 추론이 피크 시간대에 수익성이 높을 수 있지만, BTC 채굴은 비수기 전력을 계속 수익화하는 방식으로 남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점에서는 채굴업체의 AI 전환이 곧바로 비트코인 네트워크 보안 약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찰스슈왑은 고성능컴퓨팅(HPC)이 채굴업체에 대체 수익원을 제공해 사업 회복력을 높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채굴업체 입장에서는 전력 계약과 설비를 AI 연산 수요에 맞춰 일부 재배치하는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 논쟁은 가격 전망보다 인프라 비용과 보안 리스크의 문제로 닿는다. 본지는 앞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가상자산 유동성 논의로 번진 흐름을 8000억 달러 AI 투자 추정과 가상자산 유동성 논의에서 다뤘고, 콜드카드 보안 논란 이후 AI가 금융 보안의 경제성을 바꾸는 흐름도 전했다.
결국 쉬프의 발언은 ‘AI가 BTC를 무너뜨릴 수 있느냐’보다 ‘AI가 BTC 주변 산업의 비용 구조와 보안 방식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질문에 가깝다. 이번 발언이 BTC 현물 가격이나 파생상품 시장에 미친 정량적 충격은 제시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