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Anthropic)의 고가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페이블5(Claude Fable 5)가 7월 기업 지출에서 제한적인 비중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성능 모델을 기본 선택지로 쓰던 기업 고객의 사용 방식이 비용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지출관리업체 램프(Ramp)는 8월 12일 공개한 AI 인덱스에서 7월 기준 페이블5가 앤트로픽 모델 구매 토큰의 6%, 모델 지출액의 11.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자료를 토대로 페이블5 지출이 출시 두 달여 뒤에도 앤트로픽 전체 모델 지출의 약 11% 수준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페이블5는 앤트로픽이 6월 9일 공개한 미토스(Mythos)급 일반 접근 모델이다. 앤트로픽은 공개문에서 페이블5와 미토스5의 가격을 입력 100만 토큰당 10달러(약 1만3850원), 출력 100만 토큰당 50달러(약 6만9250원)로 제시했다.
회사는 페이블5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지식 업무, 과학 연구 등에서 기존 일반 공개 모델보다 높은 성능을 낸다고 설명했다. 고성능 모델을 더 넓은 고객층에 제공하되 일부 위험 영역에는 별도 안전장치를 붙인 구조다.
그러나 기업 지출은 최고 성능 모델에 집중되지 않았다. 램프는 같은 7월 오픈AI(OpenAI)의 주력 모델 GPT-5.6 솔(GPT-5.6 Sol)이 오픈AI 토큰의 25%, 지출의 2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페이블5의 모델 귀속 지출은 GPT-5.6 솔의 약 75%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신형 모델이 지출로 연결되는 속도에서 오픈AI가 더 앞선 셈이다.
램프는 이 흐름을 두고 기업이 AI 지출의 상한에 닿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페이블5가 가장 비싼 모델인 만큼 성능 향상만으로 더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램프는 페이블5 사용량 자료가 토큰 지출 관리 상품에서 나온 표본이라 일반 AI 인덱스보다 기술 기업 쪽으로 다소 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본 성격을 감안하면 이 수치를 전체 기업 시장의 최종 결론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앤트로픽 전체 수요가 꺾였다고 보기도 이르다. 램프는 7월 미국 기업의 43.5%가 앤트로픽 구독이나 토큰에 비용을 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보다 1.1%포인트 오른 수치다. 오픈AI는 39.7%로 0.23%포인트 올랐고, xAI는 4.0%로 0.94%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어떤 모델에 돈을 쓰느냐다. 기업은 요약, 분류, 일반 코딩 같은 반복 업무에는 상대적으로 싼 모델을 쓰고, 장시간 자율 작업이나 복잡한 연구 업무에만 고가 모델을 배치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본지가 앞서 전한 기업 고객이 고성능 모델과 저렴한 모델을 나눠 쓰는 비용 통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토큰 단가와 업무별 성공률이 기업의 AI 예산 배분을 좌우하는 구조다.
페이블5의 배포 구조도 사용량 해석에 영향을 준다. 앤트로픽은 공개문에서 사이버보안, 생물학·화학, 모델 증류 관련 요청이 감지되면 페이블5 대신 클로드 오푸스4.8(Claude Opus 4.8)이 응답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초기 데이터에서 페이블5 세션의 95% 이상은 이런 대체 응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앞서 페이블5가 미토스급 모델을 일반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형태라고 전한 바 있다.
AI 모델 경쟁은 성능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국면에 들어섰다. 기업 고객에게는 모델 성능뿐 아니라 토큰 단가, 재시도 비용, 내부 통제 방식이 함께 작용한다.
가상자산 시장과 AI 인프라 투자에 미칠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현재 확인된 수치는 고가 모델 수요 둔화보다 기업의 모델별 비용 배분 변화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