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AI 스타트업 풀사이드(Poolside)와 60억 달러(약 8조3100억원) 규모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오픈웨이트 AI 모델 개발 인력을 확보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엔비디아가 풀사이드 기술을 라이선스하고 엔지니어 100명 이상을 채용해 자사 오픈웨이트 프로젝트 네모트론(Nemotron) 개발에 투입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엔비디아가 풀사이드에 60억 달러를 지급하고, 별도로 10억 달러(약 1조3850억원)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다고 전했다.
이번 거래는 전통적인 인수합병보다 라이선스와 인력 채용을 결합한 구조에 가깝다. 풀사이드는 독립 법인으로 남고, 에이소 칸트(Eiso Kant) 풀사이드 공동창업자와 제이슨 워너(Jason Warner) 풀사이드 공동창업자 등 경영진도 회사에 잔류한다.
다만 핵심 개발진 일부가 엔비디아로 옮겨 네모트론 개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기술과 인재를 동시에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엔비디아가 반도체 공급을 넘어 AI 모델과 개발자 생태계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풀사이드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코딩 자동화에 특화한 AI 모델을 개발해 온 기업이다. 회사는 지난 7월 21일 라구나 S 2.1(Laguna S 2.1)을 공개하며 1180억 개 매개변수를 갖춘 오픈웨이트 기반 모델이라고 밝혔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AI 모델의 핵심 값인 가중치를 공개해 기업과 개발자가 자체 환경에서 실행하거나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폐쇄형 모델보다 운용 선택지가 넓지만, 성능 검증과 보안 책임은 이용자에게 더 크게 남는다.
풀사이드 창업자들은 주주 서한에서 범용인공지능(AGI)의 미래가 "소수가 통제하는 폐쇄적 기술이 아니라 다수가 공개적으로 구축하는 기술"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픈AI(OpenAI), 앤트로픽(Anthropic) 등 폐쇄형 모델 중심 기업과 다른 방향을 내세운 발언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네모트론을 자사 오픈 모델군의 핵심 축으로 키우고 있다. 회사는 3월 16일 발표에서 네모트론 연합을 출범시키고 미스트랄 AI(Mistral AI), 퍼플렉시티(Perplexity), 커서(Cursor), 랭체인(LangChain) 등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네모트론 모델의 가중치와 학습 데이터, 개발 절차를 공개해 기업이 자체 목적에 맞게 특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의 AI 리더십은 개방적 생태계 확산 여부로 판가름 난다"고 말했다.
한국 독자에게 이번 거래가 갖는 의미는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공급자에 머물지 않고 모델 개발과 개발자 도구까지 직접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본지는 앞서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확보에도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풀사이드 계약은 연산 자원, 전력, 모델, 개발 도구를 함께 묶는 흐름 위에 있다. AI 인프라 경쟁이 칩 판매만으로 끝나지 않고 모델 생태계와 개발자 접점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거래 구조를 둘러싼 규제 논란은 남아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계약이 엔비디아가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의 설계 기술을 200억 달러(약 27조7000억원)에 비독점 라이선스하고 인력을 흡수한 방식과 유사하다고 짚었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미국 상원의원과 리처드 블루멘털(Richard Blumenthal) 미국 상원의원은 지난 3월 엔비디아의 그록 거래가 기업결합 심사를 피하려는 구조인지 질의한 바 있다. 이번 풀사이드 거래도 기술 라이선스와 인력 이동이 결합된 만큼 같은 논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
엔비디아의 오픈웨이트 전략은 중국 AI 모델과의 경쟁 구도와도 맞물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계약이 딥시크(DeepSeek), 키미(Kimi) 등 중국 모델에 맞설 미국 기반 오픈 AI 생태계 구축을 겨냥했다고 전했다.
본지는 앞서 중국산 오픈소스 AI 모델을 둘러싼 미국의 정책 논의를 전한 바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와 오픈웨이트 모델 경쟁이 함께 진행되면서 AI 모델 비용, 개발자 생태계, GPU 수요가 같은 축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특정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직접 연결된 발표는 아니다. 다만 AI 모델 비용, 오픈소스 인프라, 엔비디아 GPU 수요가 맞물린 산업 경쟁의 한 장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