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주가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약세를 보였지만 매도세는 지수 전반으로 번지지 않았다. 기술주에서 빠진 자금이 필수소비재와 금융, 통신서비스 등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낙폭을 제한했다.
야후파이낸스(Yahoo Finance)는 미국 정오, 한국시간 25일 오전 1시 기준 올해 S&P500 구성 종목 중 수익률 상위 10%가 평균 약 1.6% 하락했다고 전했다. 2026년 수익률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19개가 내렸고, 이 그룹의 평균 하락률은 2.7%였다.
메모리와 반도체 관련주의 낙폭이 컸다. 올해 들어 500% 이상 오른 샌디스크($SNDK)는 장중 7% 넘게 내렸다. 마이크론($MU)과 웨스턴디지털($WDC)도 연간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뒤 이날 장중 5% 이상 하락했다.
반도체 약세는 상장지수펀드(ETF) 흐름에서도 확인됐다.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는 지난주 주요 기술적 저항 구간까지 오른 뒤 되밀렸고, 이날 장중 3주 만의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이후 500달러 선에서 매수세가 들어왔지만 소프트웨어주도 함께 압박을 받았다.
마크 뉴턴(Mark Newton) 펀드스트랫 기술전략 책임자는 “엄청난 규모의 순환매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에너지와 기술주가 주도권을 잡았지만 금융, 산업, 헬스케어가 각기 다른 시점에 하락 업종의 빈자리를 메웠다고 설명했다.
순환매는 지수 내부의 온도 차를 키웠다. 기술주 ETF(XLK)는 S&P500 주요 섹터 가운데 가장 부진했지만 필수소비재 ETF(XLP), 금융 ETF(XLF), 통신서비스 ETF(XLC)는 각각 1% 이상 상승했다. 금융 ETF는 장중 사상 최고치에 0.03달러 차이로 근접했다.
야후파이낸스는 24일 오전 S&P500 지수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전체 구성 종목의 약 56%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와 대형 기술주 조정이 곧바로 시장 전반의 매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AP통신은 24일 뉴욕증시 마감 기사에서 S&P500이 21.51포인트, 0.3% 내린 7652.86에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40.15포인트, 0.3% 오른 5만3417.16을 기록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200.26포인트, 0.8% 내린 2만5980.19에 거래를 마쳤다.
이 흐름은 S&P500의 시가총액 가중 구조와 맞물린다. 대형 기술주 비중이 커질수록 일부 종목 조정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다만 동일가중 지수가 시장 폭을 가늠하는 참고 지표로 쓰인다는 앞선 분석처럼, 상승 종목이 넓어지는 국면에서는 대표 지수 등락만으로 시장 내부를 보기 어렵다.
시가총액 가중 지수는 기업 가치가 큰 종목일수록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대로 동일가중 지수는 구성 종목을 비슷한 비중으로 반영해 대형주 집중 효과를 낮춘다. 대형 기술주가 지수를 좌우하는 장세에서는 두 지수의 체감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반도체 조정은 인공지능(AI) 관련주 쏠림과도 연결된다. 대형 기술주 움직임이 S&P500 ETF 성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앞선 보도처럼, 지수 상품 투자자는 이름상 미국 대형주 전반에 투자하더라도 실제 성과는 엔비디아($NVDA),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대형 기술주에 더 크게 노출된다.
업종별 자금 이동은 기술주 약세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다만 필수소비재와 금융, 통신서비스가 동시에 강세를 보인 점은 매도 압력이 한쪽으로만 쏠리지 않았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시장은 반도체주 차익 실현과 다른 업종 매수세가 함께 나타나는 국면에 놓였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도 확인 지점으로 남았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AP통신은 투자자들이 해당 발표를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약세가 기술주 조정에 그칠지, 위험자산 전반의 심리 변화로 이어질지는 실적 발표 이후 흐름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