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최근 12개월 조정 기준 10.2조 달러(약 1경4096조원) 규모로 커졌지만, 이더리움(ETH)과 솔라나(SOL)의 네트워크 수수료는 여전히 네이티브 토큰으로 정산된다. 사용자가 지갑 화면에서 ETH나 SOL을 보지 않는 결제 경험은 늘 수 있지만, 수수료를 내는 주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크립토슬레이트(CryptoSlate)는 스테이블코인 앱이 네이티브 토큰을 사용자 화면에서 감출 수는 있어도 가스 비용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고 전했다. 쟁점은 ETH와 SOL 수요가 사라지느냐가 아니라, 개인 사용자에게 보이던 수요가 앱 운영자와 인프라 제공자 쪽으로 옮겨가느냐다.
비자(Visa)와 Allium Labs가 운영하는 온체인 분석 대시보드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조정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10.2조 달러, 전체 거래량은 51조 달러(약 7경482조원)로 표시됐다.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결제 수단처럼 쓰이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앱은 이용자에게 카드 결제와 비슷한 화면을 제공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ETH와 SOL 잔액은 이용자 화면 앞단에서 사라질 수 있다. 다만 네트워크가 블록 공간과 검증 비용을 처리하는 방식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제 앱이 수수료를 대신 내거나 다른 토큰으로 비용을 받는 구조가 붙을 뿐이다.
이더리움의 ERC-4337 구조가 대표적이다. ERC-4337 문서는 paymaster가 이용자의 거래 비용을 대신 낼 수 있고, 이용자가 ERC-20 토큰으로 수수료를 부담하는 흐름도 허용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paymaster는 EntryPoint에 충분한 ETH 예치금을 유지해야 한다.
코인베이스($COIN) CDP Paymaster 문서도 같은 구조를 제시한다. 이용자는 유에스디코인(USDC) 같은 토큰으로 가스를 낼 수 있지만, paymaster가 실제 네트워크 가스는 ETH로 지불한다. 사용자에게는 가스리스 결제처럼 보이지만, 인프라 운영자에게는 ETH 잔액 관리 문제로 남는다.
솔라나도 방향은 비슷하다. 솔라나 공식 문서는 모든 솔라나 거래가 네트워크 수수료 지불을 위해 SOL을 요구한다고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수수료 납부자는 첫 번째 서명자지만, 별도 계정을 fee payer로 지정하면 sponsor가 수수료를 대신 낼 수 있다.
같은 문서는 Kora를 생산용 수수료 추상화 서비스로 소개한다. 사용자가 SOL 없이도 거래하고 USDC 등 다른 토큰으로 비용을 낼 수 있는 흐름이다. 그러나 프로토콜 수준의 수수료 정산 단위는 SOL로 남는다.
가스 추상화는 수수료를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수수료를 보이지 않게 재배치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용자는 네이티브 토큰을 따로 사거나 보유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쓸 수 있다. 대신 앱 운영자, sponsor, paymaster가 토큰 잔액과 한도, 실패 거래 비용을 관리해야 한다.
개발자 논의도 사용자 보유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솔라나 개발자 포럼의 sRFC 34는 이용자가 SOL을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되는 표준 relayer API를 제안했다. 이더리움 매지션스에서는 ERC-8249 generic relayer architecture 논의가 진행됐다.
이는 블록체인 결제의 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이용자가 지갑에 네이티브 토큰을 넣어야 거래가 가능했다. 앞으로는 앱이 수수료를 흡수하거나 스테이블코인으로 받아 뒤에서 ETH와 SOL로 정산하는 방식이 더 넓게 쓰일 수 있다.
다만 네이티브 토큰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네트워크가 ETH와 SOL로 수수료를 요구하는 한, 앱 운영자와 인프라 제공자는 잔액을 채우고 가격 변동과 악성 요청을 관리해야 한다. 전체 ETH와 SOL 수요가 얼마나 줄거나 늘어나는지는 아직 계량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지갑과 인프라가 새 수수료 규칙을 반영해야 사용자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앞선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사용자의 화면은 단순해질 수 있지만, 수수료 계산과 정산을 맡는 운영 계층은 더 복잡해진다.
한국 이용자에게도 이는 단순한 기술 논쟁이 아니다. 해외 송금, 디파이, 결제 앱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용성이 좋아질수록 이용자는 ETH와 SOL을 직접 들고 있지 않아도 서비스를 쓸 수 있다. 비용은 앱의 수수료, 환전 구조, 서비스 정책 안으로 옮겨간다.
결국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커질수록 ETH와 SOL의 역할은 사용자 지갑 밖으로 이동한다. 화면에서는 사라질 수 있지만, 네트워크 수수료를 정산하는 단위로서의 기능은 paymaster와 sponsor, 인프라 계정 안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