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올해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물가 상승을 상쇄하지 못하는 ‘임금-물가 괴리’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1.3% 줄어들며 6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8월 6일 발표한 ‘6월 근로통계조사(속보치)’에 따르면, 직원 5명 이상 사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평균 명목임금은 51만1천210엔(한화 약 482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증가한 수치로, 명목임금 기준으로는 42개월 연속 오름세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는 물가 인상 속도가 임금 인상보다 빠르다는 의미로,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
실질임금을 깎아내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전년도의 높은 기저효과다. 일본 경제 전문지 닛케이는 지난해 6월에는 보너스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실질임금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는데, 올해는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진 부분이 실질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를 ‘역기저효과’라고 하며, 과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영향으로 인해 현재 수치가 왜곡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다만 전체적인 임금 협상 흐름은 여전히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주요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대기업 13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봄 임금 협상(춘투)에서 평균 인상률은 5.39%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5.58%에 이어 2년 연속으로 5%대를 넘긴 수치로, 1990~1991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일본은 버블 경제 시기였으며, 이후로는 장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정체 속에서 임금 인상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정부와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해 임금 인상을 확대하고 있지만, 국민 실생활에 체감되는 수준의 소득 증가는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에 비해 개선되지 않는 실질 소득 때문에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내수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 정부의 ‘임금 주도 성장’ 정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시다 정부는 임금 인상과 소비 회복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지속적인 실질임금 감소가 장기화되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하반기에는 에너지·식품 관련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실질 소득의 회복이 일본 경제의 회복력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