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차기 수장으로 크리스토퍼 월러 현 이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그의 통화정책 접근법과 연준 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 평가하면서, 후보군 가운데 가장 앞서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8월 7일(현지시간), 연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월러 이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특히 월러 이사는 현재의 경제 지표보다는 향후 경제 흐름에 무게를 두고 정책을 추진하려는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연준 시스템과 통화정책 전반에 대한 그의 이해도 또한 후보자 평가에서 높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월러 이사가 아직 대통령과 공식적인 면담을 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역시 여전히 주요 후보군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재무부에 계속 몸담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후보에서 제외됐다.
월러 이사는 최근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이례적인 소수 의견을 낸 바 있다. 지난 7월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도, 그는 미셸 보먼 부의장과 함께 금리 인하 쪽에 표를 던졌다. 연준 이사 둘이 동시에 공식 반대 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이는 그의 정책적 색채를 부각시키는 사례로 평가된다.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큰 위협이 아닌 상황에서 경기둔화가 명확히 나타날 때까지 정책 행동을 미루는 것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라고 지적하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해왔다. 이는 최근 금리 정책을 보다 완화적으로 운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일각에서는 월러 이사의 반대 의견이 정치적 고려에 따른 판단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파월 연준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립적인 금리 운영을 고수해왔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불만을 표출해왔다. 파월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지만, 최근 들어 후임 인선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인사 교체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연준의 정책 성향이 보다 완화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물가보다는 성장과 고용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선호하는 만큼, 차기 의장의 성향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