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한국 화장품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프랑스와 유럽 시장에서도 한국 브랜드가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올여름 프랑스 주요 매장에서 K-뷰티(한국 화장품)의 판매량이 상위권에 오르며 뷰티 산업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8월 11일 자 기사에서 한국 화장품이 유럽 뷰티 시장을 강타하며,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시장 전반에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토리든, 조선미녀, 코스알엑스 같은 브랜드의 마스크 팩, 선크림, 달팽이 점액 크림 제품이 세포라 같은 대형 뷰티 편집숍을 통해 주류 시장에 진입했다. 이 가운데 세포라는 2019년 라네즈 브랜드를 시작으로 10여 개의 한국 브랜드를 취급하면서, 유럽 내 K-뷰티 유통에 적극 나선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지 편집숍에 그치지 않고 백화점과 대형마트로도 확산되고 있다.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프랭탕 백화점은 13개 한국 브랜드를 한데 모은 팝업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갤러리 라파예트도 매장 입구에서 조선미녀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또 전국 약 350개 지점을 보유한 프랑스의 마트 체인 모노프리는 100개 점포에서 조선미녀와 코스알엑스의 주요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에 따라 K-뷰티는 이제 특정 소비층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에서 관세가 강화될 가능성을 변수로 보고 있다. 만약 미국이 한국산 화장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유럽 시장으로 전략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은 2022년 기준으로 세계 4위 화장품 수출국(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어)으로 떠올랐고, 지난해에는 수출액이 약 100억 유로를 넘기며 20%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 자리를 차지할 만큼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영향을 미쳤다. 르몽드는 약국형 매장, 향수 전문점, 대형 백화점 등 프랑스 전통 유통 채널이 한국 화장품을 도입하면서 침체된 실적을 돌파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해석했다. 동시에 한국 기업들도 새로운 소비자층과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유럽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 43개 매장을 운영 중인 ‘미인’이라는 한국 화장품 유통 체인은, 앞으로 매장을 200개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뷰티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장기적인 산업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기존의 기초화장품뿐만 아니라 두피 관리, 피부 미용 기기, 건강기능 식품 등 비화장품 분야까지 한국 브랜드가 진출을 모색하면서 유럽 뷰티 산업 전반에 경쟁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향후 한국 화장품 산업이 품목 다변화와 글로벌 전략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