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제약, 금융 등 주요 업종의 국내 상장사들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및 2분기 실적을 통해 확연히 엇갈린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둔화, 고금리 기조, 소비 회복 지연 등의 경제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가운데, 산업별 회복력과 개별 기업 전략의 차이가 성적표에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먼저 금융권에서는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수익성에 큰 차이를 보였다. 삼성생명이 2분기 영업이익 9천15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반면, 한화생명은 상반기 순이익이 4천6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0.8% 감소했다. 현대해상 역시 상반기 순익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며 4천510억 원에 그쳤다. 투자 성과 및 보험손해율 개선 속도의 차이가 이 같은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 업계는 대체로 실적이 양호하게 나타났다. LS증권이 2분기 영업이익 26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3.7% 증가했고, 한화투자증권도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일부 대형 증권사인 메리츠증권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3.2% 감소했고, 지주사인 메리츠금융지주도 5.6% 줄어든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거래대금 감소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브로커리지 및 채권 부문의 수익성이 일부 하락한 영향으로 보인다.
IT와 헬스케어 업종에서는 매출 확대와 구조 조정 노력이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인공지능 기반 의료 솔루션 기업인 루닛은 상반기 매출 371억 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뷰노 역시 2분기 매출이 93억 원으로 10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게임업계는 대체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으며, 특히 펄어비스는 2분기에 11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더 커졌다.
한편 제조·물류 기업들 간에도 희비는 나뉘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에 34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SK네트웍스도 전년 대비 48% 증가한 43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대형 해운사 HMM은 해상운임 하락 여파로 2분기 영업이익이 63.8% 줄어든 2천332억 원에 머물렀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 AI 등 신성장 산업의 확대, 금리 인하 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산업별로 실적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R&D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일수록 중장기 테마에 선제 대응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