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원자재로 꼽히는 구리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잇따른 산사태와 사고로 세계 주요 구리 광산들의 생산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가격은 톤당 1만350달러를 넘기며 전일 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약 15개월 만의 최고가다. 미국 광산업체 프리포트 맥모란이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구리 공급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따른 반응이다. 이 업체는 이번 사태가 불가항력적 요인에 해당한다고 밝혔고, 조업 정상화는 빨라도 2027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고가 인도네시아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미 지난 5월 콩고민주공화국의 카모아-카쿨라 광산은 홍수로 타격을 입었고, 7월에는 칠레 엘테니엔테 광산에서 터널 붕괴로 인명 피해와 함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최근 칠레 구리공사는 해당 광산의 올해 생산량이 기존 전망치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구리 생산의 약 6%가 세 곳의 광산에서 발생한 사고로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구리는 전기차 배터리부터 반도체, 송전망,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이기 때문에 생산 차질은 곧바로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친환경 전환을 진행 중인 주요 국가들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도 공급 대비 수요가 빠듯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생산 공백은 가격 불안정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에 따라 단기적으로 구리 가격의 과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프리포트 맥모란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10% 넘게 하락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주가 하락은 생산 차질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원자재 공급망, 특히 리튬·코발트와 같은 다른 전략 광물의 리스크도 본격적으로 재평가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구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거나, 재활용과 대체 소재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