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가 북미 주요 공장에서 차량 생산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다. 핵심 부품인 반도체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생산 차질 여파가 전 세계 자동차 업계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10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혼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앨리스턴 공장에서 차량 생산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했다. 이 공장은 혼다 시빅과 CR-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조립하는 핵심 생산거점 중 하나다. 혼다 현지 협력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공장이 29일부터 약 일주일간 일시 정지된 뒤, 다음 주 후반부터 감산 체제로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생산 조정은 단순한 기업 내부 사정이 아니라, 반도체 공급 차질이라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서 비롯됐다. 의심되는 원인으로는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의 공급 중단이 꼽히고 있다. 넥스페리아는 차량용 범용 반도체를 대량 생산하는 기업으로, 혼다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주요 고객이다.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넥스페리아 반도체만도 500개에 달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넥스페리아의 공급 문제가 불거진 배경에는 지정학적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넥스페리아를 인수한 중국 업체 윙테크는 자회사 공장을 주로 중국 내 여러 도시에 운영해왔다. 최근 중국 정부는 넥스페리아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칩의 해외 수출을 사실상 중단시켰고, 이는 곧바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영향을 줬다. 이는 네덜란드 정부가 기술 유출을 우려해 넥스페리아에 대한 경영 개입에 나선 것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반도체 수출 제한이 계속될 경우, 북미뿐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생산 일정에까지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혼다는 멕시코 셀라야 공장과 미국 내 일부 생산라인에서도 감산 결정에 들어갔다. 셀라야 공장은 지난해만 해도 연간 19만 대 규모의 생산량을 기록한 중남미 핵심 생산시설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반도체 공급 충격이 단기적인 생산 조정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업계 전체의 공급망 전략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공급선 다변화와 함께 주요 부품의 내재화 비율 확대 등 구조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망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비슷한 사태에 대비한 글로벌 협력 논의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