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채권시장 전문가가 내년 미국 경제가 소비와 투자 확대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금리와 채권시장에 미칠 주요 변수들도 함께 제시했다.
위즈덤트리 자산운용의 케빈 플래너건 채권전략팀장은 최근 한 화상 인터뷰에서 내년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2∼2.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기가 침체로 빠지지 않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며,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이 소비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평균 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내년 미국 소비가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보았다.
물가 측면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치인 연 2%를 상회하는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급격한 인플레이션 상승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플래너건은 관세 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며, 물가 전반이 과거처럼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는 ‘관세발 인플레이션’ 경고와는 다소 결이 다른 진단이다.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내년 중 2차례 정도의 추가 인하가 단행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연준의 정책금리가 3.0∼3.5% 수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고용지표가 예상 외로 강세를 보일 경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거나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제기했다. 특히 고용회복세가 뚜렷할 경우 채권시장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과 금리는 채권수익률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시장 참가자들의 예측을 좌우한다.
채권시장 측면에선 글로벌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올해 수준과 비슷한 4.0∼4.5%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수익률 급락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 커지고 있는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금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국채 발행 규모가 늘지 않는다면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금리 결정에는 경기와 물가, 연준의 정책이 더 핵심적인 변수라는 설명이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달러화 신뢰 하락과 외국인의 미국 자산 투매 즉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우려에 대해선 "외국인은 여전히 미 국채를 매입하고 있으며, 달러는 여전히 가치 저장 수단"이라며 "달러가 유로화 등으로 대체될 가능성은 낮다"고 일축했다. 이는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당장 미 국채시장이나 달러화 가치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해서는,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인프라 투자가 2026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소비와 함께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급격한 성장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은 내년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이 급변보다는 ‘완만한 둔화 속 안정을 지향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노동시장과 물가 흐름, 연준의 정책 결정 등에 따라 국채 수익률 등 자산시장 변수는 언제든 방향을 전환할 수 있어, 민감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