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지급하는 보조금을 받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에 따라 추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열렸다. 미국의 자체 최저한세 제도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국내 자동차·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세부담 우려가 한층 완화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6년 1월 5일 발표한 '글로벌 최저한세 개편안'에 반영된 내용으로, 실물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법인세 공제를 받아 실질 세율이 최저한세 기준인 15%를 밑돌더라도, 국제 기준과 유사한 제도를 갖춘 국가에서는 추가 세금이 부과되지 않게 된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주로 다국적 기업이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세율이 낮은 국가로 법인을 이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OECD는 지난해부터 전 세계 140여 개국과 함께 이 제도를 추진해 왔으며, 2024년부터 시행 대상국과 기업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왔다. 기본 원칙은 어느 나라에서 활동하든 일정 수준 이상의 세금을 부담하게 한다는 데 있다.
정부는 이번 OECD 개편안으로 인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의 보조금을 받는 국내 기업들이 직접적인 세부담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 부처인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한국의 통합투자세액공제나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미국의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 등이 모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적격 세제 인센티브’로 분류됐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이 같은 혜택을 통해 투자 유인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개별 국가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최저한세 제도도 글로벌 최저한세와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병행 체계(Side-by-Side Package)'도 마련됐다. 즉, 미국이 별도로 운영 중인 최저한세 체계가 국제 기준과 유사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국가의 다국적 기업들은 글로벌 최저한세 규정에서 면제된다. 이로 인해 구글, 애플 등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들도 국제사회 기준에 따른 이중 과세 우려 없이 세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제도 개편은 기업 입장에서 예측 가능한 세제 환경을 조성해 해외 진출이나 생산 설비 투자를 망설였던 기업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반환 없는 현금성 보조금이나 시설 투자 비용 공제 등을 통한 제조업 인센티브 확대 기조와 맞물려,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의 한국 기업 위상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