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자국 내 외국계 은행의 해외 대출 한도를 큰 폭으로 늘리면서, 해외로 사업을 넓히려는 중국 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이 한층 완화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은 16일 중국 내 외국계 은행과 합작 은행의 해외 대출 레버리지 비율을 기존 0.5에서 1.5로 올린다고 밝혔다. 해외 대출 레버리지 비율은 은행 자기자본에 비해 해외에 얼마나 빌려줄 수 있는지를 정하는 기준이다. 이번 조정으로 해당 은행들은 이전보다 3배 많은 자금을 해외 기업이나 해외 사업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같은 날 정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의 관련 한도 비율도 3에서 3.5로 상향됐다.
이 조치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흐름과 직접 맞물려 있다. 최근 중국 경제는 내수 부진, 산업 내 과당 경쟁, 성장 둔화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수익처를 해외에서 찾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해외 공장 설립, 자원 개발, 현지 법인 운영, 인수합병 등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데, 이번 규제 완화는 이런 자금 수요를 금융 측면에서 뒷받침하는 성격이 강하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는 전년보다 7.1% 늘어난 1천743억달러, 우리 돈 약 257조원이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기업 지원을 넘어 환율 관리와도 연결돼 있다고 본다. 최근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상대적으로 위안화에는 절상, 즉 가치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위안화가 너무 빠르게 강세를 보이면 중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해외로 흘러나가는 위안화 자금 통로를 넓혀 환율 상승 압력을 일부 분산하려는 의도도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푸단대 경영대학원 산하 과학기술혁신센터의 샤오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가 위안화 환율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자본시장 흐름과의 연관성도 거론된다.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는 이번 규제 완화가 올해 크게 늘어난 판다본드 발행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판다본드는 외국 금융기관이나 해외 기업이 중국 본토 채권시장에서 위안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노무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판다본드 순조달 규모는 670억위안, 약 14조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외국 금융기관이 이렇게 조달한 위안화를 바탕으로 해외, 특히 일대일로 관련 사업에 금융 지원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중국이 경기 부양, 기업 해외 확장, 위안화 국제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함께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