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졌지만, 2026년 4월 20일 아시아 증시는 협상 지속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면서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8분 현재 코스피는 전장보다 59.00포인트(0.95%) 오른 6,250.92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각각 111억원, 2천565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3천24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480.76포인트(0.82%) 오른 58,956.66, 대만 가권 지수는 346.44포인트(0.94%) 오른 37,150.78로 거래됐다. 중동 정세가 불안한데도 주식시장이 비교적 차분한 흐름을 보인 것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재봉쇄가 모두 아시아 증시 휴장 시간대에 발생해 충격이 일부 흡수된 데다 투자자들이 사태를 전면전보다는 협상 과정의 압박 수단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실제 최근 며칠 사이 중동에서는 긴장이 빠르게 오르내렸다. 이란은 한국시간 4월 17일 밤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을 일시 해제했지만, 18일에는 미국이 대이란 해상봉쇄를 풀지 않았다며 다시 봉쇄에 나섰다. 19일에는 해상봉쇄를 돌파하려던 이란 화물선이 미군의 포격을 받고 나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협상 대표단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향하고 있으며 20일 협상이 있을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이란이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을 폭격하겠다고 경고했다. 2주 휴전 종료일인 21일을 앞두고 양측 모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강경 발언과 군사 행동이 협상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증권가도 비슷한 판단을 내놓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복잡해졌지만 전쟁이 수습 국면에 들어섰다는 큰 틀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봤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이란의 해협 재봉쇄 발표를 새로운 악재의 등장이라기보다 2차 협상을 앞둔 심리전으로 평가했다. 양측 논의의 초점이 이미 핵 모라토리엄(핵 활동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조건으로, 이란 체제 보장과 동결자산 해제, 경제적 보상 같은 구체적 거래 조건으로 이동했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다시 말해 지금의 충돌은 협상을 깨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협상 가격을 높이기 위한 힘겨루기에 가깝다는 의미다.
다만 금융시장이 완전히 안심한 것은 아니다. 국제유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7일 11.45% 급락해 배럴당 83.85달러에 마감했던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20일에는 6.38% 오른 배럴당 89.20달러에 거래됐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7.40원 내린 1,476.0원을 나타냈고,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이른바 한국형 공포지수)는 3.11% 오른 50.02를 기록했다. 주가가 오르는 가운데서도 유가와 변동성 지표가 출렁이는 것은,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선호를 유지하면서도 돌발 변수에는 여전히 경계심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중동 변수보다 인공지능 산업의 확장 기대가 최근 증시 반등을 더 강하게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 상승 속도가 매우 가파른 배경으로 인공지능 기술 진전을 지목했다. 특히 앤트로픽의 미토스처럼 보안 취약점을 스스로 탐지하고 공격 코드를 생성하는 수준의 기술이 드러나면서, 인공지능이 새로운 수요와 투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현재 시장은 지정학적 위험과 기술 성장 기대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과 이란 협상 결과에 따라 단기적으로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지만,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지 않는 한 위험자산 선호와 인공지능 관련 기대가 증시의 하방을 어느 정도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