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20일 미국과 이란의 휴전 종료를 하루 앞두고 군사·외교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장 초반부터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동 정세가 흔들리면 국제유가와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함께 출렁이는 만큼, 이날 시장은 기업 실적 기대보다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직전 거래일인 17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34.13포인트(0.55%) 내린 6,191.92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조3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4천464억원, 1천5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대형 반도체주도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0.69% 내린 21만6천원,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34% 하락한 112만8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7.07포인트(0.61%) 오른 1,170.04로 마감해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였다.
시장 불안의 중심에는 미국과 이란의 거친 신경전이 있다. 이란이 한때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을 일시 해제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이후 이란군은 해협 통항 통제를 다시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합의하지 않으면 핵심 인프라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고 압박했고, 한국시간 20일 새벽에는 오만만에서 해상봉쇄를 뚫으려던 이란 화물선을 저지해 미국이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이를 휴전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며 보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여서, 이 지역 긴장은 곧바로 에너지 가격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국제유가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현재 5월 인도분 미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장보다 7.04% 오른 배럴당 89.75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기업 비용 부담을 높인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는 대체로 부담이다. 다만 미국 증시는 17일 기준으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79%,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가 1.20%, 나스닥종합지수가 1.52%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는 7,126.06으로 사상 처음 7,100선 위에서 마감했고, 나스닥은 1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엔비디아와 테슬라 등 기술주가 오르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43% 상승했지만, 이는 해협 긴장이 다시 고조되기 전 형성된 투자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 초반 국내 증시가 중동 리스크와 실적 시즌 기대가 맞물리며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이란 협상 진전 여부와 국제유가 흐름이 핵심 변수라고 짚었고,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 초반 변동성 확대를 예상했다. 다만 기업 이익 개선 기대 자체는 살아 있어 주 중반 이후에는 코스피가 다시 전고점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가 변동성이 나타나더라도 장중 변동 폭은 5%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5,600선 전후를 중요한 지지 구간으로 제시했다. 결국 이번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중동 정세에 좌우되겠지만, 협상 진전 여부와 유가 안정이 확인되면 다시 실적 중심 장세로 무게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