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준공을 앞둔 주택사업장의 공사대금채권을 묶어 자산유동화증권(에이비에스·기업이 보유한 채권이나 자산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내놓고 3천억원을 조달했다. 건설사들이 사업 막바지에 자금 수요가 커지는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번 조달은 단기 자금 부담을 낮추면서 시장 신뢰를 확인한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롯데건설은 11일 분양이 끝난 여러 사업장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트리플 에이(AAA) 신용등급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전체 3천억원 가운데 1천500억원은 만기 1년, 나머지 1천500억원은 만기 1년 3개월로 구성됐다. 이번 발행에는 하나증권과 신영증권이 공동 대표주관사로 참여했고, 삼성증권과 엔에이치투자증권이 인수단에 들어갔다.
눈에 띄는 부분은 발행 구조다. 롯데건설은 준공이 임박한 사업장의 공사대금채권을 활용했고, 하나은행이 1천500억원 규모의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여기에 롯데건설의 예금 운용이 더해지면서 최고 등급인 AAA를 확보했다. 이는 롯데건설의 자체 신용등급인 A0보다 높은 수준이다. 통상 자산유동화증권은 발행 기업 자체의 신용도만이 아니라 기초자산의 안정성, 보강 장치, 현금 회수 가능성 등을 함께 반영해 등급이 매겨진다. 이번 사례는 개별 기업 신용보다 자산 구조의 안정성이 더 높게 평가된 셈이다.
이 같은 자금 조달은 건설업의 현금 흐름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롯데건설에 따르면 공사가 진행 중인 주택 현장 가운데 20개 사업장이 2027년 준공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약 2조6천억원의 공사대금이 회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택사업은 준공 직전에 공사비와 각종 비용 지출이 집중되는 반면, 자금 회수는 준공 이후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시차가 발생한다. 회사가 이번 에이비에스 발행을 준비한 것도 바로 이 구간의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한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2026년 4월 초부터 주요 금융기관과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경영 실적과 발행 구조를 공유해 왔다.
재무구조 개선 흐름도 이번 발행의 배경으로 읽힌다. 롯데건설은 2022년 말 6조8천억원 규모였던 우발채무를 2025년 3조1천억원대로 줄였고, 2026년에는 이를 2조원대 초반까지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채비율도 2022년 265%에서 2025년 187%로 낮아졌다.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와 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업종이어서 재무 안정성 회복이 곧 조달 비용과 투자자 신뢰로 이어진다. 이번 AAA 등급 발행은 이런 개선 흐름이 시장에서 일정 부분 인정받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건설사들이 단순 차입보다 보유 자산의 현금 창출력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