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증가와 국내 증시 강세에 힘입어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와 향후 경기 기대가 5월 들어 뚜렷하게 살아났다. 중동 전쟁 여파로 위축됐던 심리가 석 달 만에 반등하면서 전체 소비 심리도 다시 장기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6.1로, 4월보다 6.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 생활 형편, 앞으로의 생활 형편, 가계 수입 전망, 소비 지출 전망, 현재 경기 판단, 향후 경기 전망 등 6개 항목을 종합해 산출한다. 기준선인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인 2003년부터 2024년까지의 평균보다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이 지수는 중동 전쟁 영향으로 두 달 연속 큰 폭으로 떨어져 4월에는 1년 만에 100 아래로 내려갔지만, 5월에는 다시 상승 전환했다. 다만 3월의 107.0에는 아직 못 미쳤다.
세부 항목을 보면 소비자들이 경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특히 크게 개선됐다. 현재 경기 판단 지수는 83으로 한 달 전보다 15포인트 올라 2020년 10월 이후 5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다만 이 역시 이란 전쟁이 시작된 첫 달인 3월의 86보다는 낮다. 향후 경기 전망은 93으로 14포인트 상승했고, 생활형편전망은 97로 5포인트 올랐다. 현재생활형편은 93, 가계수입전망은 100, 소비지출전망은 110으로 각각 2포인트씩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업황 호조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 즉 GDP의 큰 폭 성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기관들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점이 소비자 기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강세도 심리 개선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와 금리에 대한 불안은 다소 누그러졌다. 앞으로 6개월 뒤 금리 수준을 예상한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4로 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의 하락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8%로 한 달 사이 0.1%포인트 낮아졌다. 이 역시 8개월 만에 하락 전환이다. 5월 초 미국과 이란의 협상 관련 보도로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가 커졌고,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도 소비자들의 물가 불안을 일부 진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은행은 이런 변화가 일시적일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 중동 정세가 에너지 수급과 국제유가, 국내 소비자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값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2로 전월보다 8포인트 올라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1년 뒤 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5월 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다시 시행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이 줄어든 점, 전세 가격 상승, 중동 사태에 따른 원자재 부담으로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소비 심리는 수출과 금융시장 호조 덕분에 회복세를 보였지만, 대외 불확실성과 주택시장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중동 정세, 반도체 경기 지속 여부, 국내 부동산 시장 움직임에 따라 다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