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적절한 시점에는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결정은 긴축 방향을 접었다기보다, 추가 데이터를 확인한 뒤 인상 시기와 속도를 정하겠다는 신호에 가깝다.
신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한국은행 목표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크고, 경기 역시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데, 지금은 물가·성장·환율·부동산 등 여러 지표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 한국은행 판단이다. 그는 금리 인상 필요성이 예전보다 더 또렷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 일단 동결을 택했다. 이날 금통위원 2명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근원물가(농산물과 에너지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더 보자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신 총재는 상황 인식 자체는 위원들 사이에 크게 다르지 않았고, 실제 대응 시점을 둘러싼 기술적인 판단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종 금리 수준이 연 3.5%가 될지, 그보다 높거나 낮을지는 지금 단계에서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워 보는 배경에는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가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0.6%포인트 올렸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정보기술 수출 확대가 성장률을 0.7%포인트 끌어올리고, 정부 추가경정예산과 증시 활황도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씩 보탬이 될 것으로 봤다. 반면 중동 전쟁은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추는 하방 요인으로 제시됐다. 특히 반도체는 단기간에 생산을 급격히 늘리기 어려운 산업이어서, 현재의 상승 사이클이 생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성장 전망을 받치는 요소로 꼽혔다.
환율과 금융시장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하다. 신 총재는 최근 원화 약세의 가장 큰 배경으로 중동 정세를 들면서, 사태가 진정되면 원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원·달러 환율이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리는 움직임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주식시장 과열과 이른바 빚투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다른 금융 부문으로 위험이 번지는 시스템 리스크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다만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 확대와 소비 증가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물가와 성장, 환율 여건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은행이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