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6월 1일부터 2일까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국제 콘퍼런스를 열고, 디지털 전환과 지급결제 혁신으로 빠르게 바뀌는 화폐 환경 속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논의한다.
한국은행은 31일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2026년 BOK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의 연결, 디지털 화폐, 지급결제 체계의 변화, 중앙은행의 대외 소통 방식, 인공지능 기술 확산 등 최근 중앙은행이 동시에 마주한 핵심 과제를 폭넓게 다루는 자리로 마련됐다. 물가를 조절하는 전통적 역할을 넘어 금융시장 불안과 기술 변화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환경이 짙어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판단 기준도 이전보다 복합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첫날인 6월 1일에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개회사에 이어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가 기조연설을 맡는다. 발표 주제는 ‘단기금융펀드(MMF·머니마켓펀드)에서 스테이블코인까지: 중앙은행에 주는 시사점’이다. 이는 전통 금융상품과 민간 디지털 자산이 자금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또 이런 변화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금융안정 정책에 어떤 숙제를 던지는지를 짚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기조연설 뒤에는 신 총재와의 정책 대담도 예정돼 있어, 유럽과 한국이 공통으로 겪는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 차이와 대응 방식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날인 6월 2일에는 로버트 타운센드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 교수가 특별 강연에 나서고,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5명이 ‘디지털 경제 시대의 중앙은행 역할’을 주제로 토론한다. 경제 활동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과 플랫폼 기반으로 이동하고, 민간 결제 서비스와 디지털 자산이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결제의 안전성, 통화 신뢰, 금융중개 기능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논의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통화 주권과 금융질서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번 토론의 중요한 맥락이다.
행사에는 주요국 중앙은행과 국제기구, 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코에다 준코 일본은행 정책심의위원, 에발트 노보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전 총재, 토비어스 애드리언 국제통화기금 통화자본시장국장, 베스 앤 윌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국장 등이 참석한다. 학계에서는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 마이클 베버 퍼듀대 교수 등이 함께한다. 국내에서는 이수형 금융통화위원, 이재원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박기영 연세대 교수, 신용석 HMG경영연구원장 등이 발표와 토론에 참여한다.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 기관을 넘어 기술 변화와 시장 구조 재편에 대응하는 종합 정책기관으로 성격이 넓어지는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논의는 앞으로 한국은행의 연구 방향과 정책 설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