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 투자 기대를 발판으로 2026년 6월 1일 도쿄 증시에서 시가총액 기준 도요타자동차를 제치고 일본 증시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날 소프트뱅크 주가는 장중 8∼10% 뛰며 신고가를 새로 썼고, 시가총액은 46조엔을 넘어 약 436조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만 80%를 넘는다. 반면 도요타자동차는 같은 날 장중 4.9%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45조8천억엔, 약 435조원 수준으로 밀렸다. 도요타는 2003년 NTT도코모를 제치고 일본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뒤 20년 넘게 선두를 지켜왔는데, 소프트뱅크가 이를 앞선 것은 일본 인터넷 거품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순위 변화는 단순한 주가 등락을 넘어 일본 증시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시장은 최근 인공지능 서비스 확대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반도체, 연산 설비 같은 인공지능 기반 시설 기업에 높은 가치를 매기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회장을 중심으로 오픈에이아이에 대한 대규모 지분 투자에 나서는 등 인공지능 분야에 집중해 왔고, 이런 전략이 투자자들의 기대와 맞물리며 대표 수혜주로 부상했다. 반대로 자동차 산업은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비용 부담, 지정학적 긴장 같은 변수에 더 직접적으로 흔들리면서 전통 제조업 전반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바뀌는 흐름을 맞고 있다.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계기로는 소프트뱅크가 프랑스에 최대 750억유로, 약 129조원 규모의 인공지능 컴퓨팅 클러스터 네트워크 투자 계획을 내놨다는 소식이 꼽힌다. 컴퓨팅 클러스터는 대규모 연산 장비를 묶어 인공지능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계산 능력을 제공하는 기반 시설을 뜻한다. 여기에 오픈에이아이와 자회사 에스비에너지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 소식도 기대를 키웠다. 소프트뱅크의 핵심 자산인 반도체 설계회사 암도 자체 개발 반도체 출시를 앞두고 매출 확대 전망이 나오면서, 그룹 전체가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에 걸쳐 수혜를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인공지능 열기는 소프트뱅크 한 회사를 넘어 일본 증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지수는 이날 1.2% 이상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67,000선을 넘어섰고, 연초 대비 상승률은 약 30%에 달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 주가도 올해 525% 넘게 급등해 일본 상장사 시가총액 3위에 올라섰다. 다만 시장 안에서는 상승 속도에 대한 경계도 함께 나온다. 노무라증권의 기타오카 도모치카 수석 주식 전략가는 인공지능·반도체 기업의 이익 전망 개선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노무라는 닛케이225 지수가 올해 말 68,000선, 내년에는 70,000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일본 증시에서 인공지능 관련 기업과 전통 제조업 사이의 가치 재평가를 더 뚜렷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의 주가 급등이 실제 실적 증가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